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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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주택도시기금의 혁신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심의·의결(’24.02.07.)하였다. 이와 같은 결정은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공기업의 역할이 더욱더 필요하다는 점으로 이해된다. 투자여력 확보, 투자절차 간소화, 투자영역 확대, 투자유인 제공, 투자 신속 집행과 같은 활성화 방안과 맞물려 재원조달 측면에서 주택도시기금의 역할이 개선된다면 유연한 재정계획 및 운용에 따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의 혁신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지방화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에서 도시를 넘어 지역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전신인 국민주택기금은 지난 1980년대 정부의 역점사업으로써 주택건설종합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재원조달 및 운용에 관한 사항은 「주택건설촉진법」을 통해 제도적 근거를 갖추었으며, 국민주택자금이 한국주택은행의 계정에서 분리되어 자산 약 5천억 원을 승계하면서 기금이 별도로 설립되었다. 즉, 한국주택은행에 의한 독점적 주택금융이 민간과 공공부문으로 이원화되는 의미도 있다.

이를 통해 1980년대에는 전체 신규주택 중 32.7%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았고, 주택 200만 호 건설이 본격화된 1990년대에는 40%까지 비중이 증가하였다. 이후 2015년 「주택도시기금법」 제정을 통해 주택 분야에 한정된 국민주택기금의 용도를 도시재생 분야까지 확대하면서 현재의 주택도시기금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는 기금들의 여유자금을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에 이어 운용실적 규모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조성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주택 및 주거복지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재생 및 임대주택 리츠 등 다양한 사업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주택도시기금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통해 원활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2024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수입 및 지출계획 규모가 약 105조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으며 정부 기금 중 사업성 기금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조성 현황은 청약저축 등 예치금으로 약 24조 원, 국민주택채권 등 국공채발행수입 16조 원 순으로 주요 조성 재원임을 가늠할 수 있다. 운용 현황에서는 차입금 등 원금 상환, 사업비를 제외하고 약 27조 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의 개념으로 볼 때 여유자금은 25.7%로 상승하여 사업비 7.6%에 비해 두드러진 증가추세를 나타낸다. 금융기관 예치금 등 투자자산 및 부채에 대한 지급준비금(청약저축 해지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유사시 적정유동성 차원으로 이해하기에는 과도한 규모이며, 여유자금의 운용실적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평균 융자 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임에 비추어 볼 때 기회비용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부는 정책재원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활용
최근에는 지방공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그룹에서 주택도시기금의 적립된 여유자금이 주택 및 도시를 위한 사업자금으로 폭넓게 활용되기보다 채권, 주식 등 대체투자의 성격으로 한정되어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에 의해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주택도시기금 개편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주택계정 용도에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출자금 지원을 추가하려는 점(허종식 의원 등 11인, ’23.07.24), 지방공기업 등에 대한 출자·출연 또는 융자를 추가하고 기금의 운용·관리를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위탁할 수 있게 하려는 점(김두관 의원 등 12인, ’23.08.29)이 대표적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조성재원은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으로 구성되며 전기 이월금, 융자금 회수 등을 제외하고는 청약저축이 가장 많다. 주택도시기금 총 운용자산 237조 원 중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103조 원을 기준으로 전국 대비 서울의 청약계좌 비율 24.3%를 곱하여 대략 산정한 결과 서울의 경우 서울시민의 기여분은 약 25조 원이나 실제로는 약 10.1조 원 활용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서울시민이 버팀목 대출, 주거안정월세 대출, 디딤돌 대출 등으로 약 4.3조 원을 활용하고 있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공임대주택, 도시재생 등에서 약 5.8조 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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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기금 지방화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방자치시대를 경험하며 역량 있는 선출직 지자체장의 지자체 정책 운영 경험이 누적되고 지역주민의 정책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지방세, 교부금, 보조금 등이 증가하여 재정여력이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사업을 펼치기에는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현행 주택도시기금은 역대 정부별 특성이 반영되어 중앙주도 위주로 시행되어 왔다. 기금의 운용 규모가 크고 국가의 예산이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적어 다소 유연성을 가진다. 그러나 정책수혜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기금의 출자·출연·융자 대상이 국가공기업에 국한되어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즉, 지자체 차원에서는 다양한 주택 및 도시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재원조달 등 추진동력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책사업에 대해 일률적이며 명세화된 기금운용 조건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다양한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자율적인 기금의 운용이 요구된다.

지방공기업 차원에서도 자본총계가 적고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부채비율을 통제받기 때문에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방공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기금의 혁신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공공목적 투자사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한 탄력적 재정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지방의 재정 및 분권혁신 차원에서 주택도시기금의 역할 변화가 모색되는 지점이다.
앞으로의 과제
중앙정부의 경직된 기금운영에서 지역 특성이 반영된 유연한 기금운영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주택도시기금 운영 주체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및 도시의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사업 등을 위한 지원 시,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과 별도로 기금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일부에 대해 추가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 및 도시환경의 변화에 따른 작동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며, 지자체를 포함한 실질적 운영 주체인 지방공사의 역할 재정립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재무적 뒷받침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 도시재생전략계획, 주거종합계획 등에서 공공성·사업성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출자와 투·융자가 가능하도록 확대가 필요하다. 즉, 기존 사업 단위 개별지원에서 지역단위 종합지원으로 개편 또한 요구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사업단위별 융자 등 지원에 따라 지자체의 장기적이며 종합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금의 출자·출연 또는 융자 등 재정지원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 이에 다수의 시·도에서 주거복지 및 도시재생 사업의 다각적인 재원조달 차원에서 중앙과 지방 간 역할 배분을 최적화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택도시기금의 구조개혁을 통해 개발사업의 공정한 경쟁구조를 이루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의 시작이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고유의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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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욱
서울주택도시공사
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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