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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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노동을 대비한 공기업 노동정책 및
인사노무정책과 시사점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에 관한
법적 판단을 중심으로
최근 연금개혁과 맞물려 고령자의 고용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자들이 ‘더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진다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에 관해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현재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 관련한 사법상의 판단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방향성과는 별도로 이제까지의 사법적인 판단은 향후 정책적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의 판례 동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정년제 관련 규정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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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은 법정의무 정년제의 시행으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는데, 주된 문제는 정년 연장 그 자체이기보다는 정년 연장에 따른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었다. 이에 관해서는 법원의 판단들을 통하여 입법적 재량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법원의 판단들은 주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다. 관련 판례들은 상당히 축적되어 있지만, 몇 가지 법리를 근거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부정되는 경우, 이에 따른 후속 판례들이 그 법리를 차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하에서는 정년제 관련 규정 및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몇 가지 리딩케이스를 살펴보면서, 이 영역에서의 전체적인 판례의 흐름을 개관하도록 한다.

고령자에 대한 법정정년제 설정에 관해서는 그 자체로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된다. 차별금지의 측면에서만 볼 때 대원칙으로 연령차별을 금지하지만,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개별적인 근로자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정년제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정하다고 볼 소지가 크다. 다만 노동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경제적으로 일정한 기준하에서 노동시장의 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질서’를 만들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를 법적으로는 ‘사회상규상 합리적인 이유’ 내지 ‘사회통념’이라고 보며, 이러한 것들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법적 판단의 주된 쟁점이다.
정년제 자체와 관련하여 사법부에서는 1970년대부터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 왔다. 정년제에 관한 직접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취업규칙의 유효성을 검토한 건설공제조합 사건(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판결)에서 대법원은 “정년 규정이 없던 종전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그 정년을 만 55세까지로 정한 것은 사회의 일반통례에서 벗어난 불합리한 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하여도 그 변경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당시의 관련 법령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현재의 법리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정년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는 점을 대법원에서 확인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정년의 설정에 있어서 업무와 직급 간의 차이를 두는 과거 관행에 관해서도 과거 대법원은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그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정 이전에도 정년제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연령차별의 관점에서 정년제를 바라보기보다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합리적인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대법원과 달리 민간 부문에서 정년제에 관한 판단을 한 바는 없지만, 공무원 정년제도에 대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흔히 ‘법정정년제의 도입’이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규정상 정년제를 도입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가 아니라 근로자의 ‘60세 이상’ 정년 보장이 의무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령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만큼 고용 가능한 사업장에 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반드시 정년제를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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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일반 원칙
고령자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은 ‘정년 연장’을 목적으로 ‘사업장 여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도모한다.
고령자고용촉진법 제19조의2

제19조의2(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① 제19조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③ 고용노동부장관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컨설팅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13. 5. 22.]
임금체계 개편은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현재까지의 법원의 판례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주로 다뤄왔다. 관련 조문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하다. 이 경우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면 그 동의에 어떠한 방법이 있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임금피크제 자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의 절차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의 절차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절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주체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동의의 주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로 규정된 반면,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2)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으로 규정되어 있다. 구체적인 차이는 ‘근로자 과반수’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 즉 집단적 동의인지 대표자에 의한 동의인지 여부에서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미묘한 차이는 사실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관계법령의 전체적으로 노동조합과 근로자대표 그리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법원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동의 과정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항들에 있어서 그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명방식의 의견 취합 또는 의견 취합 단위를 나눠서 실질적인 토론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유효성을 부정한 판례가 있다. 이론적으로 근로자대표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논의 단위를 나눠서 하는 동의 방식은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은 명문의 해석보다는 실질적인 동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법원 판례에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그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가 주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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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임금피크제
2022년 대법원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자의 정년을 61세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에 대해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대법원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고, “위 조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이러한 임금피크제 시행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써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하여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피고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위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점(목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점), 이 사건 성과연급제로 인하여 원고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이 사건 성과연급제를 전후하여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대상조치의 미흡)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견해가 나뉘는 듯하다. 우선 연령차별의 판단기준이 그 유형에 따라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의 판단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연령을 이유로 하는 급여 삭감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본 것으로 임금피크제 전반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 판결 이후의 하급심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한국한의학연구원 사건(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다268757 판결)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0. 선고 2021나76165 판결)과 같이 정년유지형일 때 그 유효성이 부정된 사례도 있지만, 사단법인서울클럽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3. 선고 2021가합523803 판결)과 같이 정년연장형인 경우 무효가 된 사례도 존재한다. 따라서 아직까지 사법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하나의 경향이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향후 임금피크제를 포함하여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객관적 기준보다는
절차적 기준이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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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실무적 검토 사항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사법적 판단들은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판례들의 경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고용법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양 당사자에게 부과하고 있지만, 주요한 판단들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에 관한 법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 예외적 효력 인정 기준을 변경한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여, 과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엄격하게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이에 따르면 향후 임금피크제를 포함하여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객관적 기준보다는 절차적 기준이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판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은 정년제와 임금체계 개편, 더 나아가 고령자의 임금체계 개편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이다. 임금피크제에 국한하여 보더라도, 이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것인지는 사례마다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운용했는지에 따라서 법원의 판단은 차이를 보여 왔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 되지 않는 ‘고령자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사법적으로 인정된다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 등을 거치지 않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만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인지는 전체 근로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려우며, 근로자 상호 간에 유불리가 상충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추진되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모든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대부분의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만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 역시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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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법학박사
참고문헌
김근주·이은주(2024),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 관련 법적 쟁점과 과제”, 노동법포럼 제41호, 노동법이론실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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