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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촉진을 위한 법·제도 정비
정년 연장론과 임금체계 개편 연계론의 대립
임금피크제는 2015년경 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시행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이에 따른 인건비 증가, 신규채용 감소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 지침으로 공공기관에 도입되기 시작하여 여러 주요기업에 도입된 제도로서, 정년 이전 연령부터 임금을 일정 비율로 조정하는 제도이다. 최근 노사갈등의 중심이 된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취업규칙 등 법적 분쟁 발생 시 정년 연장 논의에 관한 중점사항을 살펴보고 분쟁 해결 방안을 알아본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어쩌면 문명 발전의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들이 바꾸기 어려운 현상이자 미래이다. 하지만 이 변화에 따르는 심각하고도 부정적인 영향은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대응, 적응, 완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고령자가 의욕과 능력이 있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인데, 특히 법·제도적 개선에 주목하자면 법정 정년 연장이야말로 현안 중의 현안일 것이다.

법적으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 정년 연령의 최저 연령인 60세를 올리는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노동계는 이 방안을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임금 비용의 증가를 우려하여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되지 않는 정년 연장에는 단연코 반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 구도는 이미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서 법정 정년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할 것으로 규정할 때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법 개정의 준비 과정까지 포함하면 15년 이상 해결되지 않는 채 평행선을 달리는 해묵은 과제이다. 물론 2013년 법 개정 시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연공적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특징으로 인하여 60세 이상 정년 연령 의무화가 사용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을 고려하여 입법자는 사업주와 근로자대표(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말하며, 해당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였다(법 제19조의2). 그러나 “의무”라고는 하지만, 60세 법정 정년제 적용에 있어서 아무런 법적 의미가 없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하는 의무는 사법(私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난맥과 법적 리스크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의무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선언적인 것이다. 따라서 60세 법정 정년제에 상응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은 기존 법·제도의 규율에 맡겨졌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과 같은 법·제도와 법원리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노사 갈등의 핵이 된 것이 바로 임금피크제이다.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쟁과 소송전은 이와 같은 법·제도적 상황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이 공포된 뒤 시행일까지 한동안은 60세 정년 의무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금피크제의 활용이 주목되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개정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다.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때 어떤 경우에 그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정년제 시행 이후로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가 금지하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를 다투는 소송이 다발하고, 이에 대한 판결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의 주된 쟁점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의 연령차별금지 위반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직무중심의 성과주의‘라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에 따른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이라는 방향성 하에서 과도기적 임금관리방안으로 활용될 성질의 것이었다고 본다면, 이와 같은 법적 분쟁과 법리적 논쟁은 앞으로 있을 정년 연장 논의와 본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둘러싼 논쟁처럼 법의 “해석”을 통해서 법·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1)한 것과 함께 취업규칙에 대한 개별적 근로계약의 유리성 원칙을 인정2)하였기 때문이다. 법 해석을 통해서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그만큼 좁아졌으며 그러한 근로조건 변경은 해당 기업의 노사관계에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고용제도를 통한 법적 리스크의 해결
이상과 같은 법·제도적 난관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즉,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은 높고 분쟁 해결 결과의 예측가능성은 낮은 상황에서 사용자로서는 60세 넘어서 근로자를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면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의무3)를 ‘차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재고용은 법정 정년 연령 이상의 연령에 도달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된 근로자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정년 연령을 넘어서 고용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가 정년에 도달하여 고용관계가 종료된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그 근로계약은 정년 도달 시까지 존재하던 근로계약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라서 재고용 시 근로조건은 근로기준법의 원칙에 따라서 당사자가 합의로 새롭게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에 따라서 당사자 합의로 정해지는 근로조건이 정년 이전의 근로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근로조건의 변화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재고용을 위하여 새롭게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 새롭게 작성된 재고용제도에 관한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체계의 변화 상황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의하면, 상용 1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기본급 운영체계로서 호봉급을 채용하고 있는 사업체의 비율은 2010년 9월 말 기준 76.2%를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여 2023년 6월 말에는 54.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직능급과 직무급을 도입하고 있는 사업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직능급은 25.9%, 직무급은 33.2%로서 호봉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상용 1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 비율은 (’19) 41.8%→(’20) 40.2%→(’21) 40.2%→(’22) 39.0%→(’23) 36.7%로 해마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체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도의 최초 도입 연도를 보면, 2014년 이전에 도입한 사업체 수가 12,043개소인데, 2016년도가 24,800개소로 가장 많았다가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2020년 1,904개소, 2021년 1,611개소, 2022년 315개소, 2023년도 65개소였다. 이러한 감소세는 임금피크제 미도입 사업체(7,944개소) 중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이 있는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6.1%(486개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60세 정년제하에서 향후 임금피크제의 신규 도입은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노사 합의로 또는 사용자가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의무적으로 61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물론 사용자가 재고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임금피크제 도입이 증가할지는 알 수 없다).
고령자고용정책의 정책 목표와 정책 실현 수단의 선택
일본 후생노동성이 매년 집계하는 2023년도 고연령자 고용상황 등 보고 결과를 보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중에서 재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기업(상시 근로자 20명 이상)의 69.2%를 차지하고 있는데, 정년 연령은 26.9%, 정년 폐지는 3.9%였다. 재고용제도의 선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뚜렷한데, 상시 근로자 301인 이상 기업의 경우에는 81.9%가 재고용제도를, 17.4%가 정년 연장을, 0.7%가 정년 폐지를 선택하였다. 이에 비해서 중소기업인 300인 이하의 사업체에서는 68.25%가 재고용을, 27.2%가 정년 연장을, 4.2%가 정년 폐지를 선택하였다.

일본의 이와 같은 상황을 볼 때, 현행 60세 법정 정년을 넘어서 근로자가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서 재고용이 편향적으로 선호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인상 일정에 맞추어 고령자가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금의 긴급 현안이라는 점에서 보면, 재고용보다는 정년 연장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년퇴직과 노령연금 수급 시기 간의 간격 해소라는 당면 목적의 실현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수반하는 재고용은 고령자차별,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재고용 기대권 등과 같은 법적 분쟁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임금 감소율에 따라서 고령자의 근로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년 연령을 연장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제약을 완화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년 연장의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건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직무급제 등과 같은 임금체계로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단순히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5호의 노사공동위원회의 하나로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그 운영과 의결 방법에 대해서는 하위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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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1)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2) 대법원 2019. 11. 2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3) 계속고용의 방법으로는 통상적으로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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