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직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영화 <어벤져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캡틴 아메리카, 그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
억만장자 천재 군수업자, 초강력 무기 망치를 지닌 아스가르드의 왕자, 시간의 마법사, 헐크, 외계인, 기계인간, 심리술사 등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영웅들이 모여 팀을 이룬 어벤져스(The Avengers)가 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과 능력으로 지구를 위기에서 구한다. 강력한 악당의 출현으로 처음으로 한데 모인 어벤져스 멤버들. 하지만 개성 강한 영웅들은 쉽사리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다 결국 각자 흩어진다. 그사이 외계 적의 침공은 시작되고 지구는 폐허가 된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상황에 더욱 빛을 발휘한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등 영웅들이 가득한 어벤저스에서 혼란을 수습하고 명령을 내리는 최고의 리더는 누구일까?
글 한명훈(<<언택트 리더십 상영관>> 작가)
나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캡틴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이다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에서 스티브가 캡틴이 되기 전 리더로서 자질을 미리 볼 수 있다. 보잘것없는 마른 체격에 온갖 질병은 다 거친 스티브. 청년 스티브는 캡틴 아메리카의 근육질 몸매와 이글거리는 눈빛과 거리가 멀다. 그는 군인이 되고자 몇 번이나 지원하지만 열악한 신체조건 때문에 번번이 탈락한다. 허약한 스티브를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만든 것은 아브라함 어스킨 박사다. 아브라함 어스킨 박사는 스티브에게 “나치를 죽이고 싶은가?”라고 질문한다. 스티브는 “나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불량배들이 싫을 뿐입니다”라고 박사에게 답한다. 생명이라는 가치는 그게 나치의 생명이라도 고귀한 것이라는 스티브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 대사다. 아브라함 박사는 이미 약물로 다른 인물을 실험하였다. 레드 스컬이라 불리는 요한 슈미트다. 선하지 않았던 그는 전형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세계를 지배하는 데 힘을 사용한다. 아브라함 박사는 자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한 스티브를 선택한다. 대다수의 인간은 힘을 갖게 되면 선은 잊어버리고, 자신을 위해 혹은 소수를 위해 그 힘을 남용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설령 자유를 억압하고 생명을 억압하는 나치일지라도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스티브의 이런 정치적 올바름은 위기상황에서 어벤져스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캡틴의 올바른 신념을 잘 상징하는 것이 캡틴의 무기이다
영웅들이 갖고 있는 무기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다. 하지만 캡틴은 방패를 고른다. 방패는 수호를 상징하고, 그 가치는 보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캡틴이 자신의 무기를 방패로 선택한 것은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허약했던 스티브는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에서 절대적 최강 존재 타노스와 대결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타노스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정의와 대의를 그 무엇보다 앞세우는 캡틴의 신념 때문이었다. 공격이 아닌 방어 수단인 방패는 캡틴을 상징한다. 캡틴 아메리카의 또 다른 이름 ‘어벤져’는 사실 흥미로운 단어 선택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바로 퍼스트 어벤져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는데 어벤져는 한국어로 직역하면, ‘복수하는 자’라는 뜻이다. 사실 ‘반격하는 자’라고 표현해야 더 잘 어울린다. 반격은 선제공격에 대한 방어를 의미한다. 스티브는 마치 오딘이 토르의 자격을 묠니르에 새겼듯, 캡틴 아메리카의 자격을 방패에 불어넣은 것이다.
I can do this all day.
캡틴은 포기를 모르는 끈기 있는 리더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이는데 천근만근 두 팔을 턱 앞으로 당기며 말한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그는 시선조차 흔들리지 않는다. 영화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에서 캡틴은 친구 버키(윈터 솔져)를 구하기 위해 아이언맨과 싸우며 처참히 당하지만 다시 일어선다. 그 시선 끝에 선 아이언맨이 ‘마지막 경고’라고 한 데 대해 내놓은 답은 단호했다. 아이언맨 토니는 캡틴의 두려움 모르는 끈기에 절망감을 느끼고, 마지막까지 힘을 내 싸우는 캡틴의 모습에서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다. 캡틴의 포기를 모르는 끈기는 슈퍼 솔져,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부터 보여준다. 캡틴이 아닌 스티브였던 시절 극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뉴스가 나오자 떠드는 사람에게 “애국심도 없느냐? 좀. 닥쳐”라고 말한다. 상대는 화가 나서 일어나는데 엄청난 힘을 지닌 듯한 건장한 사내다. 뒷골목으로 끌려한 스티브는 연신 두들겨 맞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스티브는 왜 포기하지 않을까? 자신이 약하다고 뒤로 물러서면 계속 뒤로 도망가야 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캡틴을 리더로서 존경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이유이다.
페기, 춤은 나중에 춰야겠어요.
캡틴은 본질을 명확하게 보는 영리한 리더이다
연합군 훈련소 구보 코스에 중간 지점을 알리는 깃발이 있다. 교관은 깃발을 가져오면 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다고 병사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17년 동안 깃발을 가져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사들이 깃발을 획득하기 위해 너도나도 매달려 보지만 누구도 깃발에 손조차 대지 못한다. 그때 등장하는 약골 스티브. 명령은 깃발을 가져오는 것이었고, 그는 기둥을 쓰러트려 영리하게 깃발만 가지고 온다. 캡틴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영리한 리더는 조직과 구성원의 위험과 손실을 최소화하여 목적을 달성한다.
캡틴은 강건한 신념과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리더이다
필립스 대령은 슈퍼 솔져로 강인한 육체를 가진 호지를 지지하지만, 아브라함 박사는 착한 심성을 가진 스티브를 적임자로 생각한다. 필립스 대령은 ‘전쟁은 배짱으로 이기는 것’이라며 훈련 중인 병사들 사이로 수류탄을 던진다. 모든 병사가 허둥지둥 도망치는 사이 스티브는 모두를 살리기 위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온몸으로 수류탄을 막아내려 한다. 다행히 수류탄은 가짜였지만 스티브의 희생정신은 진짜였다. 올바른 성품을 바탕으로 한 캡틴의 이러한 희생정신은 슈퍼 솔저가 되고 난 이후에도 결정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퍼스트 어벤져>의 종반전에서는 레드 스컬의 음모를 막고자 자신이 직접 초대형 폭격기인 발키리를 바다 위로 추락시켜 미국 동부 지역 전체를 구원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에 결정적 공헌을 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사랑인 페기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우리는 재앙의 원인과 결과가 될 수 있는 거야.
캡틴은 자유를 추구하며 책임지는 리더이다
<시빌 워>에서 소코비아 사태 이후 뉴 어벤져스를 이끌게 된 캡틴 아메리카. 또 다른 사건을 수습하러 뉴 어벤져스 팀이 왔지만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받게 된다. 히어로들이 함부로 날뛰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어벤져스는 UN의 산하 기구로 들어가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된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찬성하는 아이언맨이 대립하고, 그 갈등은 영웅들 사이의 내전으로 이어진다. 캡틴의 무기 방패에는 별이 새겨져 있고 캡틴은 별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성조기에서 별은 생명과 재산과 자유에 대한 권리를 상징한다. 캡틴은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이 아니라, 국가가 자연권을 수호하기에 그 국가를 위해서 헌신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캡틴은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침해를 막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실드가 적 하이드라였음을 깨닫고 자신이 직접 실드를 몰락시킨다. 캡틴은 실드를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유 권리를 보호하고 책임지는 리더였다.
캡틴은 정직한 신념의 리더이다
정직한 신념은 적폐와 타협하지 않는다. 반세기 동안 지구를 지켜왔던 실드가 하이드라에 잠식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캡틴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실드의 해체를 주장한다. 실드의 수장 닉 퓨리는 이에 반발했지만, 캡틴은 실드의 치부를 숨기지 않고 자신의 어려움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의 말에 감동받은 실드의 요원들은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닉 퓨리는 팀원들이 캡틴에게 동조하는 것을 보며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캡틴이 일개 병사를 넘어 진정한 캡틴이 되는 자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캡틴은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리더이다
캡틴의 오랜 친구 버키. 그는 사고로 악당이 되고 UN은 윈터 솔져 버키를 제거하려 하지만 캡틴은 끝까지 버키를 믿는다. 윈터 솔져와의 몇번의 대결에서 캡틴은 버키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설득한다. 비록 그로 인해 수배자가 되고 아이언맨 토니와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캡틴은 어떤 친구도 해치지 않는다. <시빌워>에서 아이언맨 VS 캡틴&윈터 솔져의 결투 장면은 명장면이다. 아이언맨의 파워에 상대가 되지 못한 캡틴은 불굴의 의지로 일어난다. 아이언맨 토니는 마지막 경고를 보내지만 버키를 지키기 위한 캡틴의 의지를 막을 수 없고 결국 캡틴은 아이언맨을 제압하고 버키를 지킨다. 버키와 떠나는 캡틴에게 토니는 “넌 그 방패를 가져선 안 돼. 넌 가질 자격 없어. 그 방패는 내 아버지가 만든 거야”라고 말하고, 캡틴은 주저 없이 방패를 버린다. 캡틴은 친구를 반드시 지켜내는 사람이었고, 결국 윈터솔져는 캡틴의 믿음에 친구 버키로 다시 돌아온다.
왜 캡틴이 진정한 리더인가
‘캡틴은 위기에 강한 진정한 리더이다.’ 개성이 강하고 자신들밖에 모르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리더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기에 모인 어벤져스 멤버들은 쉽사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다 결국 각자 흩어진다. 그사이 적의 침공은 시작되었고 지구는 폐허가 된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의 상황에 더욱 빛난다. 어벤져스에는 세계 최대 군수기업 CEO와 아스가르드의 왕자, 강력한 힘을 지닌 헐크가 있었지만 혼란을 수습하고 명령을 내린 영웅은 결국 캡틴 아메리카였다. 각 영웅들의 능력에 따라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왜 어벤져스 멤버들은 캡틴의 명령에 따랐을까? 캡틴의 존재야말로 어벤져스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캡틴이 없는 어벤져스는 가치가 없는 초인들과 마찬가지다. 캡틴은 어벤져스의 가치를 상징한다. 영웅들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영웅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웅들은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방황하는 영웅들에게 다시 한번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영웅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침착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캡틴 아메리카. 마블의 영원한 대장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천재 리더의 능력으로 위대한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은 과장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리더 혼자서 조직을 이끌 수 없다. 현재 조직이나 사회에는 능력 있는 어벤져스급 인재들이 많다. 그들은 전문성으로 무장했으며 다양한 경험으로 조직 성공에 기여한다. 뛰어난 인재가 많을수록 그 에너지를 하나로 만들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리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조직의 리더 역할은 능력이 뛰어난 어벤져스 인재와 집단지성을 조화롭게 지휘하여 하나로 규합하고, 최상의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 리더의 항해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에 전례 없는 변화를 겪으며 리더는 미래의 희망을 찾아야 한다. 세계적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살아남을 테지만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14세기 흑사병을 정점으로 팬더믹이 소멸되었고, 유럽은 흑사병 이후 사회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됐다. 흑사병은 인류의 파괴자였으나 새로운 문명으로 진화하는 개척의 활로를 선물해 주었다. 전 세계는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이 신세계로 가는 문을 연 것이다. 누구는 두려움을 말하고 어느 누군가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흑사병 이후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희망이 찾아왔듯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조직과 리더에게는 희망의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키는 우리에게 던져졌다. 이제 리더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새로운 항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