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멍~ 알멍~
AR·VR로 만나는 첨단 휴양지,
탐라는 도다
고유 특색에 ICT 접목해
스마트 관광도시로 거듭난 제주
투명하고 푸른 바다와 웅장한 화산. 그리고 화산 주변으로 봉긋 솟아오른 오름. 이 모든 게 공존하는 섬. 비행기 위에서부터 드넓은 그 섬이 모습을 드러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처음 가는 길이 아님에도 그렇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 곳. 그 섬은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있다. 다른 이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똑똑하게 즐기는 한국의 대표 여행지, 그곳이 제주다.
글 정태겸 사진 제주관광공사
제주목 관아
보물 ‘탐라순력도’ 속 문화재 VR로 제작
제주시, 그중에서도 원도심은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오래전 제주의 모습이 도심 한복판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원도심 여행을 타임머신 여행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제주목 관아(濟州牧 官衙, 사적 제380호)는 원도심의 랜드마크다. 콘크리트 건물 가득한 도심에서도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옛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섰다. 제주목 관아는 제주를 ‘탐라국’이라 부르던 삼국시대부터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이었다. 이 기능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1434년(세종 16년) 불에 타 사라졌다가 다시 세워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건축은 사실 근대기에 재건된 것들이다. 일제는 강점기 시절 관덕정을 제외하고 모든 건축을 허물어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다. 그 바람에 훗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관아의 면면을 다시 복원해야 했다.
제주목 관아 안에 위치한 관덕정은 그래서 제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공인받았다. 국가지정 보물 제322호다. 그야말로 제주 역사의 중심이라 할 만한 건축물이다. 내부의 대들보에는 십장생도, 적벽대첩도, 대수렵도 등 7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고개를 들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제주목 관아를 찾았다면 미리 <보멍알멍 제주이야기>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하자. AR로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의 생생함을 체험할 수 있다. 여행지의 특정 장소를 설명해주는 안내판을 보지 않으면, 그곳에 깃든 세세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이런 안내판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게 주목적이기에 문장이 딱딱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보멍알멍 제주이야기>는 위력을 발휘한다. 앱을 켜고 구조물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안내판을 인식해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볼 수 있다. 가상인물이 등장해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안내판을 인식하면 그 내용을 설명해 준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훨씬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 스토리북AR에서는 카툰으로도 정보를 재밌게 즐기도록 해 놓았다.
제주 원도심 여행 지도
보물 ‘탐라순력도’ 속 문화재 VR로 제작
보멍알멍 AR·VR로 보는 제주목 관아 이야기
이 앱은 VR 기능도 있다. 구글 카드 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두툼한 골판지를 조립해서 만드는 카드 보드에 휴대폰을 놓고 뚜껑을 닫으면 준비 완료. 이제 3D 안경을 쓰듯 카드 보드에 눈을 가져가면 VR로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보멍알멍 제주이야기>는 AR콘텐츠, VR콘텐츠, 체험하기, 제주목 관아 주변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테마거리 등 6가지 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AR·VR로 체험하는 <보멍알멍 제주이야기> 앱 화면
제주는 오름, 이동은 모빌리티
제주를 여행하는 재미는 역시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제주만의 청정한 자연을 누리는 데 있다. 최근에는 제주 곳곳에 솟아오른 오름을 찾는 이가 많다. 등산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제주 만의 산지 지형을 오르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섬 전역에 360개 이상이 곳곳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름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대면 여행이 주를 이루는 근래에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오름을 찾는 이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이승이 오름이다. 이승이 오름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숲인 사려니숲과 이어진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고 숲길이 정돈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쉬이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동이 틀 무렵에 찾으면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배경 삼아 사진 찍기에도 좋다. 운이 좋다면 삼나무 숲 사이를 배회하는 노루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신비로운 풍광 속에 아침을 맞이하기에 좋은 곳이 이승이 오름이다.
사려니숲길
수악계곡과 산지천
보리오름은 보리악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울창한 숲 사이에 솟아있는 원추형 화산체로 5.16도로 수악 방면에서 시작해 이승이 오름으로 향하는 중에 만날 수 있다. 이 오름의 수악계곡은 울창한 상록수림이 일품이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단층과 용암류 등이 장관을 이룬다.
수악계곡
이외에도 제주도에는 많은 오름이 있어 어디를 선택하든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문제는 여러 곳의 오름을 다녀오기에는 차편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대중교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럴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게 스마트 모빌리티다. 7월 초에 서비스를 오픈한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된다. 전기 스쿠터, 자전거, 킥보드 등 원하는 이동수단을 골라 대여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정 구역 안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활용하면 여행이 무척 간편해진다. 제주 곳곳에 스마트허브가 마련돼 있어 대여와 반납도 쉽다. 심지어 버스와 모빌리티 간의 환승이 가능해 차후 할인 혜택도 주어질 예정이다. 버스와 모빌리티 환승 서비스는 전국 최초다.
이런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은 홀로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제격인 서비스다. 청정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용보다는 전기차를 권장하는 제주도에서 전기로만 움직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통합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인 ‘그리고(GreeGo)’는 머지않아 가장 제주도답게, 제주도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 앱 ‘그리고’
여행자를 배려하는 똑똑한 섬
제주도는 관광 분야에 ICT를 접목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고민했던 지역 중 하나다.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와 국외를 불문하고 제주도를 찾는 여행자가 워낙 많아 스마트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했다. 수년째 이어진 노력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 관광자원과 디지털기술 융합 수준을 종합 평가한 ‘스마트관광도시 성숙도’ 측정에서 광역지자체에서 제주도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 결과는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연구소와 여행 리서치·데이터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각 지자체의 여행자 33,485명과 현지인 36,217명을 대상으로 집계했으며 △매력성 △지속가능성 △디지털화 △협력적 파트너십 △접근가능성 등 5개 측면으로 평가해서 합했다. 그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제주도는 1,000점 만점 기준 63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평균 점수는 590점이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도 지난해 1월 제주도의 스마트관광 서비스를 주목한 바 있다. 당시 UNWTO는 제주도의 ‘실시간 관광지 혼잡도 분석서비스’와 ‘빅데이터 기반 관광버시스 플랫폼’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비지트 제주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관광지 혼잡도 분석 서비스는 통신사의 기지국 데이터를 활용해 5분 단위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 제주 관광 서비스 플랫폼은 제주도의 도민과 관광업계가 개별·비대면 관광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개별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추천 서비스도 가동된다. 해당 서비스가 궤도에 올라가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제주도 관광 정보 서비스는 훨씬 촘촘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개별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모든 데이터를 바로 찾아 이용할 수 있는 제주데이터허브 홈페이지
제주도 공식 관광포털 비짓제주 홈페이지
모든 정보는 VISIT JEJU에 있다
제주도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은 많다. 관광 플랫폼도 여럿 존재한다. 이 모두가 제주도 여행자의 편의 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모든 정보를 한곳에서 찾기 어 렵다는 건 늘 아쉽기만 했다. 제주관광정보센터에서 운영하 는 ‘비지트 제주’는 이런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한 서 비스다. 웹과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준비돼 있으며 테마여 행, 일정 추천, 여행 큐레이션, 슬로우로드 등 제주를 여행하 는 다채로운 방법을 제시해 준다. 더불어 문화, 역사, 예술 등 제주도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교통, 의료기관 등 응급상 황에 대비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해 두었다.
비지트 제주가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관광지별 혼잡 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관광정보센 터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관광지의 혼잡도를 분 석해 알려준다. 이는 여행에 있어 매우 유용하다. 다음 목적 지로 출발하기 전에 다음 관광지의 혼잡도를 미리 체크하면 방문 순서를 변경하는 식으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이 서비스에는 제주관광정보센터가 직접 제공 하는 정보 외에도 여행자가 각자의 여행 일정을 공유하거나 관광지 리뷰가 수시로 올라온다. 이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여러모로 제주도 여행을 훨씬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