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위 및 판결의 요지
사건의 경위
(1) 피고 ○○연구원은 2008. 6. 10.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C연구원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신인사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신인사제도의 내용은 승진·승급 방식을 변경하고 성과연급제를 도입하며 명예퇴직제를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2008년 6월 무렵 ‘성과연급제 운영요령’을 만들어 2009. 1. 1.부터 시행하였고, 2009. 1. 1. 인사평가 기준에 관한 성과연급제 운영기준을 만들어 같은 날부터 시행하였다. 피고는 2013. 1. 1. ‘성과연급제 운영요령’을 ‘임금피크제 운영요령’으로 대체하였다(이하 피고의 성과연급제와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성과연급제’라 한다).
(2)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피고의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그 핵심적인 내용은 직원들이 만 55세 이상이 되면 그 이전까지의 직급과 역량등급과 무관하게 기준연급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3) 원고는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시행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과 이미 지급 받은 임금 등의 차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의 요지
(1)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의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2)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의 판단기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원고를 차별하는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피고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실적 달성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② 이 사건 성과연급제로 인하여 원고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그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 피고가 대상조치라고 주장하는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서 근로를 계속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로 볼 수도 없다. ③ 이 사건 성과연급제를 전후하여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노동환경 속에서 임금피크제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평석
임금피크제의 의의 및 분쟁의 양태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로 정하면서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의 경우에는 2016. 1. 1.부터 시행한다고 정하였다. 기획재정부가 2015.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한 이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2015. 7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절감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추진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을 지방공기업에 권고하였다.
임금피크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일정 연령 이상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말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 중 가장 대표적인 제도다. 이 임금피크제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년보장형(정년유지형)이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보장해 주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관이 현 정년을 보장하면서 정년 도래 이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다. 둘째, 정년연장형이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당초 정년이 60세 미만이었지만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연장된 정년 도래 이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위법·부당하다는 다수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소송의 쟁점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서 노사합의(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위법을 다투는 경우와 그 임금피크제 내용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 등에 해당한다는 경우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2019년 대법원은 회사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더라도 근로자의 개별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그 근로계약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그리고 대상 판결은 후자와 관련하여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 사안이다.
임금피크제와 연령차별금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간접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연령차별금지를 규정한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이므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라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제시하였다. 즉, 모든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일률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또는 업무량, 업무 강도에 변경이 있었는지,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이 적정한지, 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나누기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인건비 절감 또는 정리해고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등에 따라 달리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사점
종전 통상임금, 불법파견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임금피크제 소송이 추가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특히, 3년의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근로기준법 제49조) 등을 고려하면 근시일 안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당연하겠지만 소송의 결과는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정년을 연장하면서 그 적용 직전 임금의 40%를 삭감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이 있었으며, 지방공기업 사안으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에 절차적 위법이 없다는 판결(대구고등법원 2021. 7. 21. 선고 2019나25043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63052 상고기각 판결) 등도 있다.
무엇보다 지방공공기관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제도에 대하여 전반적인 검토가 요청된다. 노사합의(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개정에 있어서 절차적 위법이 없었는지 또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점검하여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노사 양측 모두에게 이로운 조치다.
지방공공기관을 둘러싼 노동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복수노조, 직장 내 괴롭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더하여 금번 임금피크제 판결도 역시 그 변화를 보여준다. 사업뿐만 아니라 인사·노무 업무에 있어서도 고도화·전문화된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