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설득하려고 애쓰는 사람과
설득당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매일 승자가 없는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설득의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열심히 작성한 보고서는 상사를 설득해야
다음 과정으로 진행할 수 있고,
후배와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후배를 설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에서 설득은 꼭 배우고
활용해야 할 중요한 무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 매일매일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는 설득을 당하면서 살아간다. 같은 상품이라도 같은 주장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설득된다.
글 한명훈(《언택트 리더십 상영관》작가) 사진 TMDB 제공
설득이 어려운 이유
설득이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고,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하여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설득이란 모든 생활에 필요한 수단이지만 설득은 매우 어렵다.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정보에 분노한다. 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혼란을 가중시킨다.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고집하는 이유다. 설득은 지극히 감정적인 논리인 것이다.
최고의 비즈니스 ‘설득’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설득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설득러’는 스티브 잡스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단연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다. 많은 사람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최고 설득러 잡스의 영향이기도 하다. 최고의 설득러, 스티브 잡스. 그가 설득한 사례 몇 가지를 알아보자.
펩시콜라의 부사장 존 스컬리는 코카콜라에 고전하던 펩시콜라를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마케팅의 귀재이다. 존은 펩시의 실세였고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최고 인재인 존이 초기 애플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티브 잡스의 설득이 있었다. 잡스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존을 초대한다. 잡스는 자신에 비해 나이도 많고 비즈니스계 거물인 존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생토록 설탕물만 팔면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으십니까?” 존은 자신의 가치관을 뒤흔든 젊은 사업가 잡스에게 엄청난 충격을 받고 애플에 합류하게 된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청중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잡스는 발표회장에서 좌석 아래에 제품 교환권이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유도한다. 아이폰 발표 현장에서는
직접 통화를 해 다자간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무선 인터넷을 활용해 즉석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실제로 배달시키기도 했다. 청중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발표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끄는 힘, 그것이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담긴 스토리이며, 비즈니스에서 최고의 설득인 것이다.
고전에서 배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3요소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3요소’에는 에토스(화자), 파토스(감성), 로고스(논리)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중 마음을 움직이는 비율을 보면 에토스가 60%, 그리고 파토스가 30%, 마지막으로 10%가 로고스이다. 즉,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고 논리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누가 그 이야기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나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할 때 스토리는 힘을 갖는다. 친구가 경험한 재미있는 이야기, 신문에서 찾은 신뢰도 높은 자료를 잘 준비하여 전달하는 것보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신뢰와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3원칙
첫째. ‘논리보단 마음이 중요하다’, 둘째. ‘오랜 시간 공들여라’, 셋째. ‘역린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이다. 한비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한나라 신하이자 법가 사상을 정립한 사상가로 인간관계에서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역설한 바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설득이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즉 대화의 기술이나 언변은 부차적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거기에 대처하는 것이다. 마음을 다루는 문제이기에 논리보단 감성이 중요하고 그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놓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열정을 불태운 두 남자의 자존심을 건 대결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I)〉는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 ‘포드’와 유럽의 자존심 ‘페라리’가 24시간 레이스에서 자존심을 걸고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는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유럽의 스포츠카 레이스 절대강자인 페라리와 인수 합병을 추진한다. 인수 합병의 무기는 막대한 자금력. 계약은 실패하고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박살 낼 차를 만들 것을 지시한다.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켄
마일스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상대의 욕망을 자극하여 설득하라
셸비와 켄은 하루하루 포드 GT의 개발에 매진한다. 양산차 만드는 방식으로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셸비의 튜닝 메이커와 켄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차를 완성해 나간다. 그 와중에 포드 부회장인 비비가 트랙으로 찾아와 너무
이기적이고 어디로 튈지 몰라 혹시 회사 이미지를 망칠 수 있는 켄을 르망 때 드라이버로 쓰지 말라고 요구한다. 셸비는 대항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켄에게 통보하자 그는 매우 실망한다.
결국 켄 없이 참가한 레이스는 페라리가 늘 그랬던 것처럼 포디움을 휩쓸고 그 자리에 포드는 없다.
미국으로 돌아온 셸비는 헨리 포드 2세에게 불려가 해고 직전 최종 변호의 기회를 가진다. 그러자 셸비는 밖에 앉아 기다리면서 보니 회장실로 들어오고 나가는 서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지를 느꼈다고 한다.
즉, 레이스는 사공이 많으면 절대 승리할 수 없으며 유능한 리더 한 명만 있으면 되는데, 저 서류처럼 최소 4명의 검토를 받고 22명을 거치는 이런 방식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포드는 충분히 페라리를 몰아붙였다며, 이에 의문을 표하는 회장에게 “뮬산 스트레이트(Mulsanne Straight)에서 시속 350km를 넘게 달렸다. 페라리는 분명히 우리가 자신들보다 빠르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엔초는 등에서 식은땀이 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감명을 받은 회장은 “포드 모터스의 대표는 나 혼자다. 앞으로 나에게 직접 보고하라.”면서 셸비에게 전권을 준다.
셸비는 헨리 포드 2세 회장의 약속과 달리 부사장인 비비가 레이싱 부문의 총괄이사가 되었고, 모든 의사결정은 비비가 하게 되기 때문에 켄이 드라이버 자격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에 셸비는 켄을 찾아가
알리고 켄이 해결책이 있냐고 묻자, 있기는 한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니 켄은 “그렇다면 문제없다”라고 답한다.
다음 날 아이아코카의 말대로 헨리 포드 2세가 비비와 함께 개러지를 기습 방문하는데, 셸비는 비비를 자기 사무실 안에 문을 잠가 가둔 후, 개발된 GT40의 조수석에 헨리 포드 2세를 태운 채 테스트 드라이브를
한다. 일반인은 감당할 수 없는 가속과 짜릿함을 맛본 헨리 포드 2세는 흐느끼며 자신의 기쁨과 감동을 표현하면서 “아버지가 생전에 이걸 타보셨어야 했다, 이 기분을 느껴보셨어야 했다”라고 말한다. 이에 셸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차는 아무나 운전할 수 없다. 완벽하게 운전하려면 완벽하게 차를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슬쩍 말하고 켄을 배척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미 비비에게 전권을 주었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하는 헨리 포드 2세에게 “데이토나 24시에서 켄이 우승하면 르망 24시에 나가게 해달라”라며 “만약 진다면 셸비 아메리칸의 모든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포드에
넘기겠다”라고 역제안한다. 결국 헨리 포드 2세는 셸비의 제안을 승낙한다.
포드 회장은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하기 위하여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우승하지 못한 장애는 내부에 있었다. 포드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했고 내부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저항한다. 대표 인물이 부사장
비비이다. 셸비는 의사소통에 방해되는 원인을 파악하여 제거한다. 포드 회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서류가 많은 손을 거치는, 즉 사공이 많은 문제점과 내부 적의 방해를 파악하고 회장에게 직언한다. 단순한 직언이 아니고 포드
회장의 욕망인 르망 레이스에서 포드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갔음을 알려준다.
설득하고 싶다면 스토리로 이야기하라
셸비는 자신의 판단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내부 적의 방해를 정확히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차단한다. 포드가 페라리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최고 결정자가 자신이 원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었다.
셸비는 헨리 포드 2세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만든 레이스카에 회장과 함께 앉아 최고의 속도로 레이싱하며 욕망을 짜릿하게 자극한 것이다. 드라이빙이 멈추었을 때 헨리 포드 2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자신과 아버지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감격스러워한다. 결국 헨리 포드 2세가 셸비에게 전권을 주는 순간이다.
설득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차단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라.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설득하고 싶다면 스토리로 이야기하라. 스토리는 사람을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