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일반법인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는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공무원에 대한 구상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제2항에서는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당초부터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에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는 물론이고,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않더라도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체의
자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9. 10. 21. 개정된 국가배상법에서는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도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여야 한다고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을 추가하는 개정을 하였다.
한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아니면 행위자인 공무원 개인도 책임을 부담하는지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및 국가배상법 제2조의 입법취지에 조화되는 올바른 해석이다.”라고 하였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즉, 공무원 개인도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명백히 정리하였다. 만약 경과실의 경우에까지 책임을 인정한다면, 가혹할 뿐만 아니라 직무집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4521 판결 등).
대상판결은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가 개정 이전의 구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는지가 주되게 문제가 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을 맺은 법인과 그 직원,
그리고 한국토지공사의 직원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한국토지공사는 법령에 의해 대집행권한을 위탁받은 행정주체의 지위를 가질 뿐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상판결의 주된 논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기관의 소속 임직원이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점은 실무적으로 크게 의의가 있다.
지방공공기관은 지방자치법 제117조 제2항 또는 개별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위탁사업으로 수행하거나, 지방공기업법 제71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또는 개별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대행하는 대행사업을 수행한다.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은 위탁 및 대행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역 주민 등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지방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영조물배상공제 등을 가입하여 사고를 대비한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소유·사용·관리하는 시설의 관리 하자로 인하여 타인의 신체나 재물을 훼손시켜 법률상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손해보험사가 전담하여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지방행정의 효율성 증대와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조물배상공제에 보장되지 않는 사고도 다수 발생한다. 영조물배상공제 약관에서는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정하고 있으므로 배상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담당 임직원은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공제를 활용하지
아니하고 자비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지방공공기관이 직접 지역 주민 등 피해자에게 배상한 뒤 담당 임직원에게 그 배상금액에 상응하는 금원에 대하여 구상(求償)하는 경우도 있다. 즉, 담당
임직원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위탁 및 대행사업을 수행하는 지방공공기관의 임직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이에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지역 주민 등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실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하여 지방공공기관)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어야 한다. 즉, 고의이거나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중과실이어야 한다.
상당수의 지방공공기관 취업규칙 등에서는 위탁 및 대행사업의 경우에도 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구상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 및 대행사업을 수행하는 직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에 구상 의무를 부담할 뿐, 단순한 ‘경과실’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즉, 국가배상법 제2조의 적용 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과실이어야 한다. 단순한 경과실에도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배상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방공공기관의 위탁 및 대행사업은 대주민서비스로 각종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에 사고 예방에도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 등의 요건에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단지,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할 경우,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업무 수행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사업 수행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