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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과 과제
공공기관의 임금제도 개편은 정부의 단골 국정과제가 되어 왔다. 국가의 중대사가 얼마나 많은데 공공기관의 임금체계가 국정과제가 되는 것일까? 현재 공공기관의 임금은 어떤 문제가 있어 정부마다 나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공공기관의 임금체계에 대한 현황과 쟁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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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급형 임금체계의 기원
임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가능하면 많은 임금을 받고 싶은 것이 임금노동자의 심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무조건 많이 받는 것보다 공정하게 받고 싶어 한다. 적게 받으면 불만이 생기고, 많이 받으면 불안해진다는 것이 공정성이론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공정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역시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한 보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보상을 하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처음부터 정착된 국가였다. 이에 비해 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은 오랫동안 일한 것을 고려하는 연공급형 임금이 다수였고 일본이 대표적인 국가였다.
후발 추격국가인 한국도 근속에 비례하여 임금을 인상하는 연공급형 임금체계가 다수였다. 한국인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선호한 이유는 1970~1980년대 개발도상국 시기에는 계속 일자리가 생기는 시기였고 기업도 정규직 중심의 내부노동시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고자 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연공급형 임금을 유지하려면 경제성장률도 중요했는데, <그림 1>에서처럼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9~10%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시기 4~5%의 임금인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연공급을 도입하여 젊을 땐 노력보다 덜 받고 일하더라도 고용안정을 통해 근속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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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국의 연도별 경제성장률(1954-2021)
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
새로운 임금체계를 요구하게 된 임금 격차
연공급형 임금체계가 도전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화와 함께 국제적인 경쟁을 하게 된 한국의 기업들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통해 기업의 경쟁우위를 갖고자 하였다. 삼성 등 대기업은 신인사제도라며 성과 중심의 임금, 인사체계를 도입하였고 다른 기업들도 성과와 근속을 결합한 형태의 임금체계를 받아들였다. 이때 공공부문에는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라고 하여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방식이 공공부문에 도입되어 성과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점점 벗어나 선진국 경제로 편입하면서 경제성장률도 4~5%에서 2~3%로 점점 떨어졌고 인건비는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었다. 기업들은 근속에 비례하여 급여를 올려주는 방식보다 개별적인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하는 것과 더불어 생산에 유연하게 대 응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간제에서부터 사내 하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기 시작하였다.
기업은 인건비를 낮추고 고용유연화를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 이중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지불능력이 있으며 노동조합이 조직 되어 있는 대기업은 근속에 기초하여 임금을 올릴 수 있었다.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 기관도 근속에 비례하여 임금을 꾸준하게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지불능력이 크지 않고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여서 임금인상이 어려웠고, 임금인상이 된다고 할 지라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림 2>에서처럼 300인 미만 사업장의 직원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임금의 57.6%에 그치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300인 미만의 비정 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300인 이상 임금의 4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미만 상대적 시간당 임금(300인 이상=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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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기업 규모별 임금 수준
출처: 통계청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직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과도한 임금 격차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차별받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일할 의욕은 낮추기 십상이다. 또한 직장 내 민주주의와 공정한 보상에 민감한 MZ세대 직장인들은 차별 적인 처우에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면서 근속 에 기초한 임금인상을 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문제가 아니라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기 업조직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임금 격차가 진짜 문제인 이유다
노동시장의 이중적인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강조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직무급이나 성과급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를 통해 공공부문 임금의 연공급성을 완화하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민간부문에까지 확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현재의 과도한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에 대해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결국 공공기관의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완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직무가치형 새로운 임금체계로 바꾸되, 기존의 임금에 대해서는 보전수당 등을 제공하여 개별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과거 공공기관에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할 때도 삭감되는 금액이 일부를 수당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한편, 공공기관에서 성과주의 임금을 도입하는 것은 객관적인 성과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데 개인들이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하는지를 개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업무가 혼재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통일적인 정량적 기준을 제공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폐기된 바 있다.
임금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사용자인 정부가 정당성만 가지고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는 이치와 동일하다. 정부가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가치가 반영된 임금체계를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충실한 협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하며, 나아가 직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공기관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으므로 각각의 직무에 대해 평가하고 이에 적합한 보상방식을 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의 당위성보다 자원을 마련하고 당사자와의 협의 구조를 만들어 진솔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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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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