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과도한 임금 격차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차별받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일할 의욕은 낮추기 십상이다. 또한 직장 내 민주주의와 공정한 보상에 민감한 MZ세대 직장인들은 차별
적인 처우에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면서 근속
에 기초한 임금인상을 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문제가 아니라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기
업조직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임금 격차가 진짜 문제인 이유다
노동시장의 이중적인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강조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직무급이나 성과급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를 통해 공공부문 임금의 연공급성을 완화하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민간부문에까지 확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현재의 과도한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에 대해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결국 공공기관의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완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직무가치형 새로운 임금체계로 바꾸되, 기존의 임금에 대해서는 보전수당 등을 제공하여 개별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과거 공공기관에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할 때도 삭감되는 금액이 일부를 수당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한편, 공공기관에서 성과주의 임금을 도입하는 것은 객관적인 성과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데 개인들이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하는지를 개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업무가 혼재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통일적인 정량적 기준을 제공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폐기된 바 있다.
임금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사용자인 정부가 정당성만 가지고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는 이치와 동일하다. 정부가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가치가 반영된 임금체계를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충실한 협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하며, 나아가 직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공기관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으므로 각각의 직무에 대해 평가하고 이에 적합한 보상방식을 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의 당위성보다 자원을 마련하고 당사자와의 협의 구조를 만들어 진솔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