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채용 관련 연구
채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연구 또한 활발하지 않다. 이는 채용과 관련한 법률과 가이드가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이다. 채용과 관련한 법규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채용절차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일부 채용 단계의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선에 그치고 있는데, 구체적인 절차를 규율한다기보다는 차별 금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이는 2014년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입법화되면서부터다. 이 법은 블라인드 면접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채용 절차 단계에서 어떻게 적용이 제한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규정만으로는 미흡하여 정부 각 부처에서는 공정 채용과 관련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과 관련해서도 각 법령이 규율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공무원 임용과 관련한 공무원 임용시험령과 균형인사지침, 지방공무원 임용과 관련한 지방공무원 임용령과 지방공무원 균형인사지침, 교육공무원 임용과 관련한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등이 적용된다. 그 외에도 국가유공자법 등에서 채용 과정에서의 가산점을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 고용과 관련하여 의무고용제, 북한이탈주민청년미취업자(만 34세 이하),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자녀, 고령자에 대한 채용 노력의무에 관한 규정도 있다. 해당 법령들은 국가유공자 등의 취업 보호대상자 및 소수자에 대한 채용 절차상 우대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림 1. 인적자원의 주기별 연구 분야
표 2. 국가 유공자법 등 채용 우대 및 지원 관련 법령
채용 관련 최근의 법규 : 공정성과 다원성의 제고·확대
최근 들어 채용과 관련된 법규가 제정되고 가이드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주요한 큰 흐름은 공정성과 다원성의 제고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위 채용절차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그리고 <표 1>의 각 정부기관의 가이드라인은 채용 절차상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규율이다. 그리고 <표 2>는 채용 우대 및 지원 관련 법령의 목록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큰 두 가지 흐름을 반영하는데, 첫째가 「공정」이며, 두 번째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지지(채용상 우대조치)」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① 공정성 기준의 완화와 구체화
공정성은 채용 단계별로 객관적 기준에 의해 지원자가 선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채용 절차가 설계되거나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채용과 관련한 업무 방해죄, 손해배상에 대한 법률 분쟁은 대부분 공정성이 깨지는 지점에서 발생하곤 하는데, 재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면접 전형에서다. 물론 서류 전형 기준의 비정상적 설정, 객관식 필기 과제의 유출, 관리 미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은 존재한다.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의 문제점은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채용절차법과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려 지원자의 정보를 제한하여 평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출신학교에 따른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했지만, 연구직을 채용하는 경우에 제한된 정보만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선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생각컨대 구조화된 역량 면접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러한 면접을 일반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아직은 역량면접의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블라인드 채용은 유지되더라도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 역시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면접은 폐지하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용절차 설계가 잘못되면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면접은 면접자 개별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지나치게 적은 시간을 할당하면 적정한 판단과 평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과거 80명에 가까운 면접자를 다대일 면접으로 한 개의 라인으로 평정한 적이 있었는데, 이 경우 1인당 5분 내외만 할당하더라도 400분가량이 소요된다. 이런 경우 2개 라인으로 40명씩 면접을 보는 것이 적정하다. 다만 그 경우 라인간 점수 편차 보정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보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개 라인으로 운영한다면, 면접자당 시간이 5분도 채 안 되는 문제가 생긴다. 각 면접관이 질문 하나를 하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이러한 전형은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채용 절차의 설계 관리자는 실행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운영해야 한다.
② 취약계층에 대한 채용상 우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가산점, 제한경쟁으로 채용을 쉽게 돕는 것이다. 의무화된 법령도 있지만, 채용 제고를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족하기도 하다. 현재 이러한 법제는 앞서 제시하였다시피, 13개가량으로 수가 많다. 그런 연유인지 최근에 입법화된 법률일수록 채용상 가산점, 제한경쟁 형식의 채용보다는 사업주의 고용 노력을 다하는 선에서 다소 유동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취약계층이 인지되어 채용상 우대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다시금 기존의 집단과 유사하게 그 집단을 특정하는 징표를 찾아서 가산점 부여, 제한경쟁을 통한 채용 허용 또는 일정 비율의 고용 의무 등을 규율해야 할까?
이미 국가유공자 및 다양한 취약계층에 대해서 채용상 우대조치 내지는 지원 조치를 입법화한 상황에서 특정 집단에 대해서 추가적인 가산점의 부여, 제한경쟁을 통한 채용 허용 또는 일정 비율의 고용 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소수집단을 특정하는 징표를 찾고, 다시 그에 대한 채용상 우대조치를 취하는 것은 채용에 혼선을 주고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직장에 무차별적으로 채용상 우대조치가 필요한 집단은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특수임무 유공자, 보훈 대상자, 5·18 유공자, 베트남전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에 국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추가적인 채용 우대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집단이나 개인이 인지되더라도 이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ESG 정책 차원에서 다루면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