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와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이 설립되며 노사관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런 최근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변화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노사관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노동운동은 MZ 세대가 그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이뤄나갈 것이다. 노사 간 협력관계가 더욱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 지배적이었던 힘에 의한 노사관계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노사관계, 문제해결식 노사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빗나간 예상
“노동조합 조직률은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노조활동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이 내용은 종래 우리나라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향후 노사관계 전망과 관련하여 주로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이런 예상은 한동안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노조조직률은 계속 하락했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젊은 세대들이 노조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은 최근 들어 틀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노조조직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1), MZ세대들이 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갔을까. 그 이유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앞으로의 노사관계를 바라본 탓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힘든 걸 싫어하는 MZ세대들은 머리띠 두르고, 투쟁조끼를 입고, 광장에 모여서 집회하고(그것도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노동가요를 부르는 것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MZ세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노동운동을 온라인으로 이동시켰고, 노동조합 설립을 더는 비밀로 하지도 않으며, 노조활동은 나의 직(職)을 걸고 뛰어드는 ‘운동’이 아니라 의사를 전달하는 ‘통로’(path) 정도로 생각한다.
MZ세대가 바라보는 노사관계
2021년 한국경총에서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노사관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3%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응답하였다. ‘노사관계’ 하면 가장 생각나는 단어로 타협(5.0%)·양보(3.0%)·화합(3.0%)보다는 파업(40.2%)·투쟁(17.3%)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을 보면 기업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41.7%), 불공정한 임금체계(19.0%), 낮은 임금수준(14.7%), 고용불안(10.0%), 딱딱한 조직문화(7.8%)를, 노동조합의 경우 대화와 타협 거부(34.3%),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28.0%), 노동조합 간 세력경쟁(11.3%), 근로시간 면제자(10.0%), 성과주의 임금체계 거부(8.3%) 순으로 응답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낮은 임금수준(14.7%)’보다는 ‘불공정한 평가보상 체계(19.0%)’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28.0%)보다는 대화와 타협 거부(34.3%)를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평가와 보상)과 ‘소통’(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노사관계 측면에서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노사관계의 변화 양상
이러한 MZ세대의 등장은 노사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치러진 어떤 공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40대 초반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사례를 보자. 후보자들 대부분 공약들이 “~~ 확대·강화하겠다, 올리겠다”인데, 이 후보자는 “ ~ 내려 놓겠다”라고 했다. 뭘 내려놓겠다고 했을까. 바로 위원장이 누리는 각종 특혜(평가, 대우, 근무지, 연수 …)를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조합간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우대해 주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존 세대들과 달리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결과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국내 공기업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어떤 기관에서 MZ 중심의 노동조합이 별도로 결성된 사례가 있다. 기존 노조가 제기하는 이슈는 주한미군 반대,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철폐, 자녀학자금 인상 등인데, 탈이념적(de ideology)이고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겐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 노사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공정성’은 ‘원칙’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성세대가 길들여졌던 온정주의 조직문화에서는 적당히, 일이 아닌 관계 중심, 학연, 지연 등으로 조직이 관리되었지만, 합리를 중시하는 MZ세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매뉴얼을 좋아하고 규정에 명시된 권리(예를 들어, 유급병가 60일)를 당당히 행사하는 MZ세대이므로, 눈에 보이는 원칙 즉, 회사의 각종 규정(취업규칙, 단체협약 등)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유급병가 60일’을 눈치 보지 않고 청구하는 모습을 보고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제도가 합리적인지 살펴보고 합리적이라면 누구나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연공’이 아닌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 변경하자는 정부의 정책도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다음으로 소위 ‘꼰대문화’(Latte is Hoarse)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하게 되는데,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40, 50대 관리자들 대부분이 자기가 괴롭힘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된 MZ세대의 인식과 가치관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민간기업보다 변화와 혁신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공기업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우리 조직은 전혀 그런 관리자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자신이 그런 ‘꼰대’는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제도화다. “사장실, 원장실 문은 항상 열려있으니까, 할 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세요”라는 말은 “나 바쁘니까 오지 마세요”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직급별 간담회’나 ‘Junior Board’ 같은 것을 만들어 만나기 싫어도 만나도록 소통을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기별로 개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노사협의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조직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의사소통기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제조업에서 MZ가 주도하는 사무직 노조가 출현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회사가 생산직만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사무직을 배제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말로는 대화를 외치면서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의 생각과 취향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MZ세대들을 ‘버릇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참는 게 미덕이다”라는 말은 이들에게는 더는 격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1)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은 1989년 19.8%를 정점으로 2010년 한 자릿수인 9.8%까지 떨어진 이후 2016년까지 10.2~10.3%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 10.7%로 증가했다. 이후 2018년 11.8%, 2019년 12.5%, 2020년 14.2%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
최영우, “사무직노조의 설립배경과 그 대책”, 노동법률, 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