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법」 내 공단 ‘통합’ 규정 미비
대구광역시 사례에서 해석의 혼선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방공기업법」에서 지방공단 간 합병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합병과 관련하여, 동법 제75조의6에서는 ‘공사와 공공기관의 합병’에 관한 규정만 있으나, 이 규정은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된 공공기관(같은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된 기관을 포함한다)”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대구광역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방공단 간 통·폐합과 무관한 조항이다(제75조의6 제1항).
다만 동 조항에서 “「상법」에 따른 청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합병할 수 있다는 문구는 의미심장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동 조항에서 「상법」에 따른 청산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법에 공단의 ‘해산’에 관한 규정은 마련되어 있다. 동법 제77조의2 제1항 제2호에서는 공단의 해산 사유로서 ‘합병’을 제시한다. 즉, 공단은 ‘합병’을 이유로 해산할 수 있으며, 동법 제77조의2 제2항에 따라서 공단의 해산은 상법의 절차에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정작 공단의 ‘합병’의 절차는 동법 내 언급이 없어 담당 실무자들은 준용할 기준을 찾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한다.
지방공단과 달리, 지방공사는 주식회사의 합병 절차를 준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동법 제75조). 지방공단의 경우 별도의 합병절차가 없다는 것은 위 제75조의6 제1항에서 확인하였듯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해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만약 지방공단의 해산이 「상법」 규정을 따라야만 했다면 재무제표 공시, 주주총회 개최, 채권자 이의 신청, 합병보고 총회 등 복잡한 절차를 다 준수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법」 규정을 준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공단 간 통합은 절차적으로 다소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지방공기업법」에서 지방공단은 「상법」 준용 규정이 없다. 이러한 규정 미비에 대하여, 지방공단은 지방자치단체의 대행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상법」 상 절차를 따르지 않고 합병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이 건에 대해 지방공단 간 통합에 심각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공단의 신규사업 수행 시 타당성 검토 규정
지방공단의 통·폐합과 관련하여, 지방공단의 사업 수행 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3(동법 시행령 제58조) 및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설립기준」(행정안전부, 2021. 3. 23.)의 “신규사업 및 출자 타당성 검토”에 관한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 설립기준」에서 신규사업에 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업비가 기초지자체 300억 원 이상, 광역지자체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은 지방공기업평가원(이하 평가원)의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 기준은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3 기준과 동일하다. 사업비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정관의 변경이 있을 정도로 사업의 변경이 있을 경우, “설립 시에 준하는”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설립 시에 필요한 설립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설립 시에 준하는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22년 9월 기준).
지방공기업의 통·폐합 과정에서 대행사업을 인수하는 경우, 종전 사업과 상이한 사업을 추진하고, 조례 또는 정관의 변경이 수반되므로 타당성 검토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구광역시와 같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신규 투자사업이 아니라면 평가원 등 행안부가 지정·고시한 전문기관의 검토를 받지 않아도 된다.
지방공기업 통·폐합의 사례와 시사점 : 김포시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서 지방공기업이 통·폐합된 경우는 드물지 않다. 2010년 3월, 정부 정책으로 소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시행된 바 있다. 당시, 김포, 용인, 화성, 춘천, 구미 등에서 지방공기업을 통합하였으며(공단+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인천관광공사처럼 공사끼리 통합한 사례도 있었다(공사+공사). 2015년 인천관광공사는 인천도시개발공사에서 분리 후 재출범하였다. 이 외에도 공사와 공단이 통합하여 공사 체제로 유지된 사례는 광주도시공사(1999), 안산도시공사(2011), 성남도시개발공사(2014), 김해도시개발공사(2014) 등이 있다.
김포도시관리공사는 지방공기업 통합과 분리라는 굴곡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겪은 기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원래 김포도시공사와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은 2010년까지 별개의 회사였다. 앞서 언급한 당시 행정자치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 두 기관은 통합을 통해 공사로 거듭났다.
공사가 통합한 이후, ‘부가가치세’ 부과 문제가 분리의 발화점이 되었다. 공사 통합 당시 지방공사가 지방자치단체의 대행사업을 수행할 경우에는 부가세를 납부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정부 시책인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의한 통합 이후, 김포시는 기존 시설관리공단에서 대행사업을 수행했다면 내지 않았어도 될 부가세를 부과받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는 공사와 공단 재분리 방안을 추진하였다.
이후 2016년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정부의 대행사업을 수행할 시에는 부가세가 면제되었다. 특히, 지방공기업 중복설립 방지를 위해 ‘10년 당시 경영개선명령 등으로 공단과 통합되었던 기초 지방공사 8곳의 경우, 통합 이후 부과된 부가세 역시 소급되어 면제 받게 되었다. 김포도시공사도 그 중 하나였고, 기 부가세 납부액인 37억원을 환급받게 되었다.
부가세를 면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은 김포도시공사로부터 분리하게 되었다. 분리는 부가세 문제로 촉발되었지만, 사실 그 안에는 김포도시공사와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이라는 조직간 문화 차이, 상이한 급여 체계 등으로 인한 조직 내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분리 후 3년 뒤,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은 공사와 재통합되어 ‘김포도시관리공사’가 출범하였다.
흡수와 통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방공기업끼리 통합사례는 다수지만, 통합 효과가 영속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전술한 인천관광공사나 김포시설관리공단 분리 후 재설립 사례를 상기하면, 기관 간 통합에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김포시의 경우, 결국 공사로 통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어 추후 그 향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에 대한 정책 방향은 정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를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대구시에서는 이와 같은 국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다시 기관의 분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간을 두고 행정절차를 잘 지켜가면서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충분한 숙고를 통하여, ’22년 7월 29일 설치 조례가 마련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공공기관의 효율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의 원래 취지를 잘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