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지방의 경제 성장동력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 문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는 2019년을 기점으로 지역의 인구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인구감소는 자연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발생하게 되는데, 수도권 인구유출은 청년인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청년인구는 86,661명이다. 즉, 수도권 전체의 순유입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가 차원의 인구문제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 심화로 인한 지방 도시 차원의 인구문제는 근본적인 원인부터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림 1. 수도권-비수도권 인구변화
자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국가 차원의 인구정책과 지방의 인구정책은 달라야
안타깝게도 그동안 지방정부에서 추진해온 인구정책은 저출산·고령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92%(244곳)가 임신축하금, 출산장려금, 출산 지원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현금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문제는 출산장려금 지원에 따른 실질적 파급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금 자체에 대한 과열경쟁 양상, 원정출산 논쟁 등의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역의 인구문제의 근원부터 고민하기 시작했고, 진흥원은 이에 발맞춰 청년들이 지역에서 경제·문화 활동을 이어나가는 장면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은 개인의 생애 경로에 따라 1차, 2차, 3차+n차 유출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이렇게 떠난 청년들이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의 경제성장 동력인 인적자원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부재했다.
이에 경상북도는 국가 차원의 인구정책 기조에 발맞추면서도 2017년부터 경상북도만의 청년인구 유입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가 차원의 인구정책과 지방의 인구정책은 달라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책은 경상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해 지방도시의 ‘인구+경제’ 등의 문제 해결 대안 모델로 성장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이다.
청년의 가치에 지역의 진심을 담아야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란?
경상북도는 지방소멸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청년실업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과 정부의 청년창업 시행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북으로 주소를 옮겨 창업·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을 2017년부터 시작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외지 청년의 지역 유입과 정착을 통해 활력 넘치는 지역 건설과 청년 스스로 일자리를 찾고 만들어냄으로써 지역 고용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 현재까지 약 400명의 청년이 경상북도로 새로운 꿈과 미래를 찾아왔으며, 그들의 경제 활성화 활약상은 그들 스스로 여러 매체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 70% 이상이 계속 정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있는 창업가들
유입청년을 위한 지원 내용
유입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정착지원금+사업화자금’ 등 예산지원이다. 2017~2018년 초창기 모델에서는 청년 1인당 연간 3천만 원씩 2년간 지원했다. 현재는 청년들의 사업 신청 당시 연고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정착지원금을 배제하는 등 지원금을 차등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사업화 단계에 따라 인건비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형태로 지원 유형을 세분화해 지원하고 있다.
둘째, 창업컨설팅 지원이다. 사업 아이템이 무엇이든 결국 창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로컬 기반의 창업컨설팅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창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유관공공기관과 연계해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셋째, 청년 창업가들 간의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창업가들 간의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지향점은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지향점은 유입된 청년 창업가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하여 지역을 다시 활력 넘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을 떠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떠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로 부르는 이유는 특별하다. 로컬에서의 청년창업가는 ‘지역성과 결합된 고유의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 혹은 1인 프리랜서 사업자’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라이브커머스) 교육 진행
창업자 컨설팅 현장
그들을 위한 지원은 계속 될 것
청년들을 다시 지역으로 유입시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구조적 차원의 고민이었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창업 인프라를 비롯해 타 지역·해외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확장성 있게 마케팅을 지원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었다.
둘째는 인식적 차원의 고민이었다. 5년 전 경상북도와 현재 경상북도의 지역사회 인식 정도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외지에서 유입된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들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역사회 안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지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작업부터 진흥원이 담당했지만, 현재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자신할 만큼 지역사회 분위기를 청년들 스스로가 바꿔 놓았다.
셋째는 관계적 차원의 고민이었다. 지역에 연고가 있는 U턴 청년의 경우에는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연고가 전혀 없는 청년들(I턴)이 문제였다. 지역사회에서 청년 공동체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 작업과 함께 공공행정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었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인구정책과 경제정책, 청년정책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적 대안으로서 지역사회 안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준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여러 주체의 고민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