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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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핸드공식(Hand Rule)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7다148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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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의 개요
(1) 피고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체육시설의 관리 및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여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지방공단으로, 이 사건 수영장인 야외수영장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매년 하절기에 수영장을 개장하는데, 2013년도에는 6월 22일부터 8월 25일까지 평일은 10:00~18:00, 주말과 공휴일은 10:00~19:00 일반인들이 유료(성인 4,000원, 어린이 2,000원)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수영장의 수영조는 바닥면적이 882㎡(=42m×21m)인데, 그중 절반은 1.2m 깊이의 성인용 구역이고, 나머지 절반은 0.8m 깊이의 어린이용 구역이다. 수영조의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코스로프(course rope)로 구분되어 있고, 코스로프의 양쪽 끝부분에는 감시탑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수영조는 수심을 나타내기 위해 어린이용 구역의 테두리 부분에 “0.8m”, 성인용 구역의 테두리 부분에 “1.2m”라고 표시되어 있고, 그 앞에는 130cm 높이의 ‘키재기 판’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수영장 입구 등 3곳에는 안전수칙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그중 한 곳의 안전수칙 표지판에는 ‘초등학교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하여 수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다.
(3) 피고는 2013. 6.경 인명구조자격증 소지자들을 수상안전요원으로 채용하여 위 각 감시탑에 1명씩, 본부석(수영조로부터 3~4m가량 떨어져 수영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음) 쪽에 1명, 성인용 구역의 옆 부분에 1명, 미끄럼틀 부분에 2명을 각 배치하였다. 피고는 매시 45~50분경 휴식시간임을 알리는 안내방송 후 이용객 모두를 수영조 밖으로 나오게 하였고, 매시 정각에 1~2분의 안내방송 후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이용객들이 수영조에 들어가도록 하였는데, 그 안내방송에는 “초등학교 이하 영·유아를 동반하신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혼자 수영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4) 원고는 2013. 7. 6. 15:30경 어머니, 누나 그리고 이모와 함께 수영장에 입장하였다. 원고는 당시 만 6세 7개월 남짓 되었고, 키는 113㎝ 정도였다. 원고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어린이용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16:45경 수영조 밖으로 나와 쉰 다음, 17:00경 다시 물놀이를 하기 위해 혼자서 수영조 쪽으로 뛰어갔다. 성명불상의 이용객은 17:05경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에 빠져 의식을 잃은 원고를 발견하여 원고를 안고 수영조 밖으로 나왔고, 이를 본 다른 이용객이 곧바로 원고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 이후 원고는 17:22경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사지마비, 양안실명 등의 상태에 이르렀다.
(5) 원고들(원고의 부모와 누나를 포함)은 피고를 상대를 안전관리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과 안전요원들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공작물 책임에 관한 주장을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종국적으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어 원고들에게 약 8억 원 및 그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최종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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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요지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공작물의 관리자는 위험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여야 하고, 만일에 위험이 현실화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들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공작물을 설치·보존하는 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일단 하자가 있음이 인정되고 그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 되는 이상, 그 사고가 위와 같은 하자가 없었더라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경우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의 정도, 위험이 현실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침해되는 법익의 중대성과 피해의 정도,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불합리한 손해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위험으로 인한 손해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부담과 비교할 것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법경제학에서의 비용·편익 분석임과 동시에 균형접근법에 해당한다. 법관이 법을 만들어나가는 속성을 지닌 불법행위법에서 법관이 수행해야 할 균형 설정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균형 설정은 구체적 사안과의 관련성 속에서 비로소 실질적인 내용을 가지는 것이므로, 미리 세세한 기준을 작성하여 제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때는 이른바 ‘핸드공식(Hand Rule)’을 참고하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B)과 사고가 발생할 확률(P) 및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L)를 살펴, ‘B〈P·L’인 경우에는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작물의 점유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접근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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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본 사건은 2013. 12. 31. 법원에 소장이 접수되어, 항소심, 대법원 및 환송심을 거쳐 2021. 5. 13. 확정되었다. 총 7년 4개월가량이 소요되었다. 대상판결은 주의의무의 정도를 결정하는 공식으로 그동안 학술적으로 논의되던 ‘핸드공식’을 최초로 언급한 대법원 판결로 주목받았다.
공작물 책임의 점유자로서의 지방공공기관의 손해배상책임
지방공공기관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유(公有)재산인 시설물을 관리하는 위탁 또는 대행사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시설물의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부담하고 지방공공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오해하곤 한다. 특히, 대행사업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명의와 책임으로 업무를 처리하므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에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는 고속국도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부 장관을 대행하여 경부고속도로를 관리하여 오고 있으므로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정하는 공작물의 점유자에 해당한다.”라고 하였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56552 판결 등). 즉, 국가로부터 고속도로 관리의 권한을 대행하는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점유자로서 공작물 책임의 점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
위탁 또는 대행사업을 통하여 지방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물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시설물의 소유자로서 국가배상법 제5조 등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방공공기관은 시설물의 점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비록 위탁 또는 대행사업인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위탁 또는 대행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지방공단이 관리자로서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면 점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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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물 설치·보존의 하자에 있어서 핸드공식 법리
대상판결에서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의 하자와 관련하여 핸드공식(Hand Rule)을 최초로 제시하였다. 핸드공식은 사고를 방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사고의 기대손실(사고확률 × 사고비용)을 비교하여, 후자가 전자부터 큰 데도 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반면, 전자가 후자보다 큰 경우에는 사고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도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기초하여 사회의 총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의의무의 정도를 결정하는 공식이라 할 것이다.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핸드공식은 종전부터 과실 판단 기준으로 고려되었다. 대법원은 고속도로에 타이어가 떨어져 있어 자동차 앞바퀴가 그에 걸려 중앙선을 넘어 들어가 반대편 차량과 부딪혀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관리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사고 발생 전 다른 차량 등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도로의 안전상의 결함을 미리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여 차량의 안전한 통행상태로 회복하도록 하는 방호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이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고, 도로의 안전상의 결함이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피고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에는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3243 판결). 또한, 만 21세 남짓의 대학생인 국립공원 입장객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사망한 사고에서, 국립공원은 자연풍경지 그대로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보전·관리 방법이므로, 비록 그곳에 위험한 곳이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원관리자로서는 이용자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자연풍경지를 보호하고 이용자의 안전도 도모함이 상당하므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사건(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4045 판결) 등이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수영장 시설에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지 아니하여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와 같은 사고로 인하여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여 설치하는 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내지 이미 설치된 기존 시설을 위와 같이 분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핸드공식을 적용하였다. 특히, 이 사건 수영장에 배치된 안전요원의 인원수나 배치가 관련 법령상의 기준에 위반된다고 보이지 않고, 안전요원들이 감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하였지만, 이 법리에 따라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법적 규제를 위해 마련된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법상 위험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정이 있으면 하자가 인정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다(대법원 1981. 3. 10. 선고 80다2550 판결 등 참조).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판단함에 있어 사고 발생 이후 사후적으로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말하기는 쉽다. 그렇지만 실제 사고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핸드공식을 통하여 정확히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안전조치의 강화가 필요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지방공공기관은 민간과 달리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기에 더욱 강화된 안전조치가 요구된다. 즉, 지방공공기관이 추구하는 ‘공익’에 안전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대상판결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듯이, 사고 발생 위험성이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일정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예산을 투입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지방공공기관은 더욱더 강화된 안전조치가 요구된다.”
핸드공식에 관한 사항은 ① 윤진수, “공작물책임의 경제적 분석–하자 개념과 핸드공식(Hand Formula) -”, 「법경제학연구」 제17권 제1호, 2020, ② 권영준, “2019년 민법 판례 동향”, 「서울대학교 法學」 제61권 제1호, 2020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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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법학박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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