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더욱 심각해지는 치안의 문제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 시민, 기업, 공공기관 등 다자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 지자체는 이러한 범죄예방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지자체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예측하여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추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범죄 예측, 곧 우리나라도 빅데이터를 통해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글 편집실
빅데이터로 범죄 예측… 여성 1인 가구 범죄 예방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안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은 물론 공공서비스의 효율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도시 운영과 사회 현안 등을 해결하여 더 나은 미래사회로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필요하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범죄, 도시관리 등의 분야에서 미래가 가진 불확실성, 리스크, 지속가능성, 대안 모색이라는 주요 키워드에 대하여 빅데이터는 통찰력, 대응력, 창조력, 융합적 대안 등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선제적이고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다.
과거의 범죄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범죄발생 위험이 높은 장소와 시간을 예측하는 기술은 범죄 위치와 유형 등을 주소지 주변으로 상세하게 제공해 구체적인 범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예방하거나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경찰인력을 우선 배치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공공 분야 중에서도 특히 치안은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데이터의 과학적인 분석이 중요하다.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범죄발생비율, 특히 여성대상 성범죄의 지속적인 증가, 국민들의 범죄안전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과학적인 행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은 각 지자체의 치안을 해결하는 주요 정책 추진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범죄 취약지역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안심도시…셉테드(CPTED) 플랫폼 활용
그동안 출퇴근 거리와 비용의 문제로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여성들은 취약한 보안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곤 했다. 특히 1층, 반지하 등 저층에 사는 여성들은 커다란 창문과 낡은 방범창으로 침입 범죄뿐만 아니라 관음증 등 또 다른 성범죄에 노출돼 왔다.
서울시 영등포구는 증가하는 여성 범죄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안심 빅데이터 셉테드(CPTED) 플랫폼’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여성안심 빅데이터 셉테드(CPTED) 플랫폼’은 2019년에 전국 최초로 구축한 여성 범죄 예방을 위한 도시환경설계 시스템이다. 이는 범죄와 관련성이 높은 데이터를 수집한 후 빅데이터 기반으로 범죄 취약지역과 안전지역을 도출하는 기법이다.
이를 기반으로 구와 영등포경찰서가 협업해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여성안심 귀갓길’을 재정비, 여성안심 로고젝터를 6개 구간 10개 거점에 설치했다. 또, 여성 1인 가구에 ‘IoT 문열림 센서’ 200여 개를 설치해 여성 범죄 예방에 실효성을 높였다. ‘IoT 문열림 센서’는 인터넷 기반으로 창문에 설치된 센서에서 문 열림을 감지하면 사용자 및 제3자에게 경보 알림을 해주는 기기다.
구는 이런 분석 경험을 토대로 ‘빅데이터 셉테드(CPTED) 플랫폼’에 ▲여성 1인 가구 거주지 ▲야간시간 여성 유동인구 정보 ▲범죄 발생률 등의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CCTV 위치도 ▲보안등 현황 ▲노후 주택 등 정보를 새롭게 추가 분석해 ‘범죄 안심마을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구는 거리에서 발생하는 여성 범죄뿐만 아니라 집안까지 파고드는 침입 범죄까지 예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활용해 범죄예측 모델 개발
경찰의 업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지자체·유관기관과 협업해 범죄 예방 환경을 조성해 범죄예방 모델을 개발하고 유동인구 등 빅데이터 분석 내용을 각종 치안시책에 접목한 과학 치안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산경찰서는 지난해 영남대 경북빅데이터 센터, SK텔레콤과 협업으로 각종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범죄예측 모델’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범죄예측 모델’은 경산시의 3년간 요일별·시간대별 유동인구의 위치정보, 112신고 현황, 유흥업소 등의 각종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범죄발생 가능성이 큰 장소를 도출하는 모델이다.
경산경찰서는 해당 분석결과를 토대로 선택과 집중의 효율적 범죄예방 활동과 사전적 경찰력 운용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현장 도착시각을 단축해 국민 안전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됐다. 또 취약장소는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효율적 범죄환경 개선사업(CPTED)을 추진해 범죄예방 시설물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역별 범죄 발생 현황을 산출한 후 통계청 1인 가구 수, 서비스업 현황 등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1인 가구 수와 서비스업이 많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발생이 많았다. 또 면적, 인구밀도, 주택분포 등과 5대 범죄 발생 연관성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죄가 빈발하는 지역과 취약 시간대에 예방인력,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체계적 범죄분석 활동을 강화하고자 범죄예방진단팀(Crime Prevention Officer)을 확대하는 한편, 공간분석(GIS)을 비롯한 전문 분석기법을 범죄예방 업무에 도입하였다. 또한 범죄분석 현장학습모임(UCT, Ulsan Police Crime analysis Team)도 구성해 일선 치안현장에 빅데이터 분석·적용을 확대하고 지자체 폐쇄회로(CC)TV와 방범 시설물 설치 등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디지털 성범죄 잡는다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하철 불법촬영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획기적으로 단속하고 예방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인 영상 불법촬영은 온라인으로 유포돼 불특정 다수에 의해 2차, 3차로까지 확산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 불법촬영뿐만 아니라 영상 제작, 유포 및 시청하는 행위 역시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개인 간의 전파를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불법촬영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경찰청과 KT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경찰 프로파일러를 협업 팀으로 구성해, 시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하철 노선·역·출구 별로 KT 통신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법촬영 위험도 즉, 디지털 성범죄 발생 위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과거 범죄발생 빈도뿐만 아니라 범죄발생 현장의 유동인구·시간대별 인구 구성 비율·혼잡도 등 환경 요인과 노선별 특성, 계절적 특성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는 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오프로스(GeoPros)에 탑재해 지하철 경찰대 등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하철 노선·시간대와 같이 원하는 조건검색으로 범죄 발생 위험지역을 추천받아 예방과 단속을 위한 순찰을 할 수 있으며, 선제적 예방 순찰을 통해 범행의지를 제압하고 현장에서 바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또 지역·노선별 디지털 성범죄 발생 위험도 기반의 순찰지역 추천 기능으로 불법촬영 단속 업무 노선 추천, 단속 시간 및 지역 결정, 불법촬영 예방 캠페인 지역 선정 등의 업무에 활용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지역에 대한 과학적 관리를 통해 불법 촬영범죄 등 여성 범죄를 예방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민생 치안 서비스로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앞으로 실제 경찰관의 단속 업무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서비스’는 사회,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안전은 선진국의 척도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과 예방으로 민생치안을 확립하고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