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30년 동안 역대 정부는 지방분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핵심과제인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교육자치 및 자치경찰 등의 추진실적이 미흡하여 실질적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역대 정부의 지방자치의 성과를 살펴보고, 지방자치의 향후 과제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지방자치 부활 30년
우리나라의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는 1948년 정부 수립과 제헌헌법에 의해 보장되어 제정된 지방자치법(1949.7.4.)에 의해 비롯되었다. 지방자치는 1952년부터 1961년 5.16 군사정변까지 9년간 실시된 이후 30년간 중단되었다가 (1987년 6.29 민주화 항쟁 이후) 1991년에 부활(지방의회 구성)하였고 2021년에 30주년을 맞이하였다.
30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는 지역 실정에 맞는 각종 사업의 추진, 행정서비스의 수준 향상,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무관심,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부패, 중앙집권적인 제도와 관행, 형식적인 주민 참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이 구현되지 못하여 아직도 주민들은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지방자치 성과
1995년 6월 민선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출범한 국민의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는 지방자치의 핵심으로 부각된 지방분권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였다. 지방자치가 재개된 이후 모든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위해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역대 정부는 지방분권을 견인하기 위하여 지방분권 관련 법률, 추진조직, 계획을 마련하고 지방분권화의 핵심인 사무, 조직, 재정의 배분을 추진하였다.
역대 정부는 중앙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을 추진하여 국가사무와 대비해 지방사무 비율을 늘리는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다루는 사무 중에서 위임사무를 줄여 고유사무가 약 2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역대 정부에서 개별 단위 사무의 지속적인 이양에도 이양 관련 핵심과제인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교육자치 및 자치경찰 등의 추진실적이 미흡하여 실질적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국민의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역대 정부는 각기 지방분권 과제를 발굴하여 추진하였으나 양적으로는 50% 달성에 미치지 못하였다. 지방분권화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를 제외하고는 중앙정부가 소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역대 정부는 정권 초기에 자치분권을 역설하였지만, 임기 중반부터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관심이 줄면서 ‘용두사미’의 전철이 반복되었다.
부산광역시의회(2020.11.2. 제29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모습)
역대 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방분권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했지만 집행과정에서 중앙부처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임기 후반에 정책 의지의 약화로 동력을 상실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와 유사하게 대선공약에 지방분권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자치분권 종합계획, 제1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 발표, 자치분권 관련 법제화(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제정) 등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된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되었고,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선언했던 정부의 당초 의지가 다소 후퇴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 등의 내용은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 1]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관련 법률, 추진 조직, 계획 현황
구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법률명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지방분권특별법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개정일
1999.7.30.
2004.1.16.
2008.5.30.
2013.5.28.
2018.3.20.
조직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계획
지방이양기본계획
지방분권5개년종합 실행계획
지방분권의 기본방향 설정 및 추진계획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
자치분권종합계획
지방자치의 향후 과제 및 발전 방향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30년 동안 역대 정부의 지방자치는 추진에 비해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향후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지방분권화를 이루기 위해 역점을 둬야 할 과제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현행 헌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 운영 체제에 바탕을 두고 있어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여 나갈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권화를 통한 국가 운영 시스템의 선진화와 개헌이 절실하다.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의 추진방안(개헌로드맵, 국민 참여 방법, 개헌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출범된 후 제·개정된 자치분권 관련법의 후속조치와 자치분권과 관련된 법제화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자치분권 관련법의 보완과 자치분권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중요하다.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정권을 초월하여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입법, 조직, 재정) 보장이 상당히 미흡하고, 중앙집권적이고 강력한 통제(지휘·감독권, 대집행권 등)를 하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지방이양일괄법은 지방분권 추진에서 중요한데 이번에는 장기간 미이양된 사무의 이양으로 미흡하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의결되는 지방이양사무가 일괄적으로 법제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중앙의 권한 및 사무 이양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주민, 시민단체, 정치인, 공무원, 현장 전문가 등)의 수렴 및 참여와 더불어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에 필요한 사무를 우선 발굴 및 이양하고,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비용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권한 및 사무 이양은 규제 완화, 주민 생활의 편의 증진 등 파급효과가 큰 기능(일자리 창출, 주민 복지 향상, 교통·환경 등)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인데 지방자치가 재개된 이후 지방재정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1997년 63.0%에서 2017년 53.7%, 2021년 48.7%로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가 2021년 현재 25.9%(63개)에 달하고 있어 재정 자율성 확보를 통한 재정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개혁과 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중앙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조율하는 데는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또 지방분권 개헌을 재추진하기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위 재구성, 지방분권 정책 실현 의제와 내용의 전략적 검토와 합의, 민관정 협치 체계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국민의 토론과 참여를 통한 개헌 동력을 확보하고, 국회와 정부 및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자치분권에 대한 대통령과 정치권 등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중앙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조율하는 데는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매우 중요하며, 국회와 정부 및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섯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기관으로서 역할 강화와 함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조례의 제·개정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의정활동 등을 통해 지방행정의 민주성 제고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에 반해 지방의회는 의정비, 유급보좌관, 해외연수, 사업비, 비리 등과 관련되어 부정적인 평가도 제기되고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기관 구성의 다양화와 제도적인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른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인사권 독립과 전문적인 보좌 인력 확대를 계기로 지역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방의원과 의회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역별 일당독점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등 주민자치 제도를 마련할 때 공론화 과정이 미흡하였다. 정부는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표방하였는데,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에 두도록 하고 있는데 주민자치 활성화에 대한 논의에 앞서 본질적으로 이러한 주민자치가 진정한 주민자치인가에 대하여 검토해야 한다. 읍·면·동이라는 자치계층이 아닌 행정계층 차원에서 접근한 주민자치회는 사실상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민자치이며, 이와 같은 주민자치가 과연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치의식과 참여가 중요하다. 지방자치가 지역사회에 미친 변화를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부족, 책임의식과 공동체 의식 결여,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은 다양한 주체들이 실시하되 지자체, 학교, 민간단체, 기업 등의 참여와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밀착된 각종 주제(안전, 환경, 소비, 복지 등)를 다루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대면/비대면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