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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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HR 대비…
병법36계를 통한 HR변화에 대응
지금은 인재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할 때
직장생활을 하면서 변화와 위기는 한두 번 이상은 거치게 된다. 필자도 개인적인 위기를 서너 번 겪은 듯하며 몸담고 있었던 조직의 위기도 겪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변화나 위기는 예고하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또한 변화는 변화의 순간이 어딘지 모르게 물결을 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역시도 미리 준비할 겨를 없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십여 년 전쯤 우연히 36계학이라는 책을 접한 일이 있다. 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처세가 대단히 현명하고 담대해서 흠뻑 매력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후 필자의 처세철학으로 삼게 되었다. 병법36계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HR변화에 인사관리 담당자가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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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재조명해 보는 병법36계
병법36계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위태로운 상태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가령, 수세에 몰리면 위장을 하여 강한 척을 하거나 잔뜩 싸울 기세를 하고선 정작 후퇴를 하는 계책으로 가급적 싸움을 직접적으로 선제하는 것이 아니고, 위험을 피하거나 위태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손자병법도 공격을 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 방어를 통해 지지 않는, 즉 위태롭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병서라고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상병벌모(上兵伐謀)가 최상이라고 한다. 병사로 하여금 적으로부터 성을 빼앗기 위해 직접 오르게 하는 것이 최하의 병책(攻城)이며, 그다음이 병사를 일으켜 싸우게 하는 것(伐兵), 그리고 전투 없이 외교로 해결하는 것이 좋은 전술(伐交)이라는 내용이 모공편에 핵심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손자병법에서도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는게 병법의 핵심이다. 36계속에는 6조 6계의 카테고리별로 해당하는 고사들이 체계화되어 전해오는데 아마도 손자병법처럼 맨 처음부터 병법이라고 정리하여 저술한 것이 아니기에 전쟁 영웅사가 구전되어 오면서 미화되었던 내용들을 명・청시대에 이르러 집대성하여 36계라 정리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구전·정리되면서 전해 오는 내용들을 살피면 마치 유대인들이 유구한 역사속에 그들이 기구한 삶속에서도 정신을 계승하고 전통을 이어온 것이 탈무드라는 단단한 정신줄이 있었던 것처럼 36계 역시 구전되어 오면서 미화된 사례들을 통해 삶의 귀감으로 자리잡으며 더욱 단단한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표 1] 36계와 손자병법의 비교
구분 36계 손자병법
시기 5세기까지 고사를 17세기 명나라 말
~청나라 초기에 수집하여 만들어짐
춘추시대
저자 중국에서 전부터 전해지는
병서의 정수를 모은 것
오나라왕 합려를 섬기던 손무(孫武),
또는 그의 손자 손빈?
사상 도교 + 유교 사상
근본 싸우지 않고 이긴다(상병벌모)
구성 6계 6조 13편
13편 비호전적, 현실주의, 위태로움의 극복, 정보의 중요성
특히, 우리가 36계하면 무심코 이어져 나오는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라는 표현처럼 하다하다 안 되면 비록 등을 보이는 것이 죽는 것보다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일단 위기를 벗어나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비겁한 계책도 생존을 위해서, 아니 훗날 지금의 고통을 되갚기 위해서 오히려 상책(走爲上)이라는 표현을 두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우리의 일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서 인공지능, 자동화, 빅데이터 등등의 실로 변화무쌍한 정보전자매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고효율・고성과의 시스템에 첨단 솔루션이 도입되어야 하는 부담감이 컸던 상황이었다. 스마트 스페이스를 조성하고, 일하는 방식도 자율출퇴근을 비롯해 시공간의 제약을 허무는 혁신이 실험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그에 연이어 찾아온 코로나19의 점령은 그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서 요구되는 많은 솔루션이 서둘러 도입되거나 불가항력으로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가령, 터치스크린 같은 즉시성을 가진 기술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대체하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들을 터치화면 속의 원하는 기능을 선택만 하면 실행되는 초고속 시스템이 저항 없이 진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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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산업도로 길가에는 허름한 국수가게가 하나 있다. 필자는 4~5년 전부터 이따금 들러 그곳의 푸짐한 국수를 사 먹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커피자판기 같은 조그만 키오스크로 정말 간단하게 터치하고 선택만 하면 주방에서 인식을 하고 앉은 자리로 바로 주문한 국수가 나온다. 편리한 시스템과 대단히 저렴하고 담백한 맛에 인근을 지나칠 때면 들르곤 하였다. 인근에 물류창고가 많아서인지 대다수의 손님들은 화물차 기사나 물류회사 관계자들인 듯하다. 아마 그들도 쉽고 편리하며 저렴하고 맛있는 데다 신속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 집을 이용하는 것이리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침 그 지역에 컨설팅 건이 있어 몇 번 더 가보게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욱더 활성화되고 있었다. 대다수의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나 이집만큼은 딴 세상이야기처럼 보였다. 이 지역의 입지적 조건은 상가도 밀집되지 않고 사람의 왕래도 많지 않은 외진 곳에 대단지 규모의 대형물류 창고가 많아 차량의 이동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입지에 가격을 낮추고 음식의 양을 늘려서 주문을 받고, 홀서빙 인력을 아끼는 대체 시스템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현금 오천 원도 안 되는 음식 값에 가장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한 주문시스템인 키오스크는 분명 사업을 성공시킨 핵심 요소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이를 병법 36계속에 등장하는 타초경사(打草驚蛇)편에 대입하여 분석해 보았다. 이 계책은 적의 내공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 적용한다는 공전계(攻戰計)에 해당하는 계책으로 잘 알려진 것인데 고전 속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작은 동리에 현령이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금 포탈과 폭정을 일삼으니 마을의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경고장을 현령에게 보냈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탐관오리들에 의해 주민들이 살기 어렵다는 상소문이었는데 이것을 본 현령이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이후 주민들의 감시의 눈초리가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고 폭정을 멈췄다는 이야기다.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풀섶을 두드려 놀라게 하여 의도를 노출하게 한다는 의미가 명확한 사례다. 탐관오리의 악행들을 들추어 본인에게 경고를 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더 이상의 폭정을 이어가지 못하게 한 주민들의 현명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표 2] 36계 6조와 의미
승전계 아군의 형세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말을 타고 적을 압도하는 작전
적전계 아군과 적군의 세력이 비슷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군을 미혹시켜 승리를 이끄는 작전
공전계 자신을 알고 적을 안 다음 계책을 모의하여 적을 공격하는 전략
혼전계 적이 혼란한 와중을 틈타 승기를 잡는 전략
병전계 상황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우군을 배반, 이용하는 전략
패전계 상황이 가장 불리한 경우 열세를 우세로 바꾸어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전략
이 같은 타초경사의 계책으로 다시 국수가게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하기 위하여 비록 입지는 안 좋지만, 산업도로를 이용하는 바쁘고 시간 없는 물류 관련 기사들의 특성을 살피고[타초(打草): 풀섶을 두드리는] 그 사람들에게 많은 양의 국수와 초간편하고 신속한 키오스크를 활용[경사(驚蛇): 놀라서 뱀이 튀어나오는]하여 많은 입소문을 타게 해 좋지 않은 입지를 극복한 것이다.
경영전략의 이해
20세기 초반 전 세계는 세계 1, 2차 대전으로 인해 군수물자의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일상생활이 극도로 피로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마침 자국 내에서 전쟁이 없었던 미국은 이로 인해 세계의 제조창구로써 군수물자를 비롯해 대다수의 생필품을 만들어 파는 고도 성장의 시기를 맞이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세계의 경찰국가로 압도적인 국력을 갖게 된 배경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종식된 이후 미국에서도 재고가 쌓이고 판매 부진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 기업들마다 치열해졌다. 이른바 마케팅 전략이 활성화된 시기가 1960년대를 전후였는데 이때는 관련 전략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판매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도출에 열을 올린 시절이었다. 우리가 지금도 업무중에 잘 활용하는 브레인스토밍도 이 시절에 오스본에 의하여 등장했으며 전략이라는 표현들이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를 지나 1980년대에는 경영전략이라는 표현이 커지면서 생산-운영-판매 등 일련의 경영시스템이 철저한 계획에 기초해야 한다는 의식이 모든 조직에 팽배하였다. 이후 1990년대 접어들어 퍼플카우(puople cow) 같은 눈에 띠는 새로운 아이템을 확보하는 즉,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신산업 발굴을 탐색하는 것이 전략으로 소개되어 왔다.
또 10여 년이 지나고 나니 이번엔 내부 역량 강화라는 형태로 구성원의 자질 확보가 경쟁력의 중요 원천이라는 가치를 내걸어 직원들의 자질을 레벨화하고 휴먼에셋(human assets)이 전략의 핵심으로 등장하였다. 이렇듯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전략의 개념도 바뀌어 가고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플랫폼 전략이니 인공지능 등의 이슈들로 개인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대로 진전되고 있다.
영화 ‘적벽대전’에서 읽는 36계와 HR전략
예전 홍콩영화들이 과대포장된 허풍스런 모습으로 전개되어 무협영화나 갱영화를 보고 나면 다소 허무해지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36계에 등장하는 소재가 많이 반영된 <적벽대전>은 비교적 고사의 내용을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로 상하편의 긴 영화임에도 필자는 흠뻑 그 영화에 매료된 일이 있었다. 가령, 조조의 비정하지만 전투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정함이나 제갈공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절제와 치밀함, 연합군 대장군인 주유의 담대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을 더하는 묘미를 주었다.
[그림 1] 영화 <적벽대전> 포스터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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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면을 살펴보면 먼저, 조조가 강을 사이에 두고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과 대치를 하던 중 전염병이 돌자 시체를 태워 수습하기보다는 이를 뗏목에 태워 강 건너 연합군에 보냄으로써 자신의 위기를 전가하는 술책은 승리를 위한 냉정한 리더의 모습 그 자체를 잘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유비와 손권의 연합전선에 위기가 발생하는데 애민의식이 강한 유비가 자신의 군사 4만 명을 전염병에 노출할 수 없다며 제갈공명을 볼모로 놔둔 채 전선을 이탈하게 된다. 그런 결정을 함으로써 동맹을 유지하는 책임을 고스란히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제갈공명의 목표의식은 훗날 36계의 적전계에 해당하는 무중생유(無中生有) 계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자신에게 아무런 자원이 없는 가운데 화실 10만 개를 3일 내로 확보하지 않으면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엄청난 미션을 그의 필살기인 천문지리 역량을 활용하게 된다. 안개 낀 야음을 틈타 기습적으로 침투하고 적으로부터 화살공격 세례를 받도록 하여 일거에 10만 개의 화살을 적으로부터 확보하는 책임을 완수하는 이야기로 전해져 온다.
또한 대장군인 주유 역시 3일 내로 적의 수군장수 2명을 제거하기로 한 미션을 반간계(적의 간첩을 역이용)를 통해 훌륭히 달성했고, 전투에서는 화공을 하면서 조조군의 배를 묶어 내도록 하는 계책인 연환계를 활용하는 등 10만 명을 이끄는 조조군과의 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처럼 적벽대전은 가히 36계의 전략이 유감없이 적용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수두룩하다.
필자는 여기서 주목할 사례가 제갈공명이 자신의 지원세력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동맹 유지를 위한 미션을 성공했던, 10만 개의 화살을 만들어 내는 무중생유의 계책에 주목하고 싶다. 그는 우선, 자신이 어떻게 그 미션을 달성할 것인가를 궁굼해 하는 주유의 책사 노숙을 협력자로 만들었으며, 안개가 자욱히 낄 수 있는 기후조건을 살핀 후 결행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의 처세를 살펴보면 3가지 요소(역량)가 결합되어 이룬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앞에서 제시한 전략의 트렌드상 내부 자원의 역량 강화가 경영전략의 핵심인데, 이 같은 인재가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어울리는 인재상이 아닐까 싶다.
첫째, 목표의식이다. 공명은 주군인 유비가 안전한 곳으로 수하인 장졸을 이동하는 대신 동맹군으로부터 자칫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볼모로 자청하여 주군을 위한 필승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렬한 목표의식은 그를 주변의 위협적인 인물들 사이에서 더욱 존재감을 높이게 하였다.
둘째, 필살기다. 즉, 자신이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우세한 기질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공명은 일기예보가 없던 그 시절, 기후통계를 잘 살피고 지형을 잘 간파하는 등 천문지리에 능했기에 그의 지략은 효과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연결자로서의 역할이다.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주변의 인물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명도 노숙이라는 협력자가 없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일이란 점을 알고 먼저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적어도 윈윈할 수 있는 인물을 탐색하고는 노숙이라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도움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이 조직에서 어떤 일이 성공하기까지는 ① 목표의식(assignment), ② 우세역량(dominant competency), ③ 연결자(connector) 이들 세 가지의 교집합, 즉 곱하기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내부 인적자원의 역량을 살필 때 이들 3가지 요건이 잘 갖춰진 인재를 선발해야 중요한 보직에 맡겼을 때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시지 않고 있고 그 만큼 내부 인재의 역량개발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은 최적화된 형태로 인재를 관리해야 하지만 특별히 올바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올바르게 일하도록 인재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 정상적인 상태에 직면했을 때 더욱 차별화된 모습으로 바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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