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단체장의 보은·정실·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인사권의 남용 문제를 통제하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가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는 법적 근거와 운영에서 여러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의 도입 현황을 살펴보고,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지자체 산하기관장 임용을 둘러싼 논란과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로 김현아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에 대해 다주택 보유 등의 도덕적 흠결이 있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었고, 인사청문회 결과 서울시의회는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후 이러한 사실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김현아 후보자는 고심 끝에 자진 사퇴했다. 또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 내정한 것을 두고 보은 인사라는 비판적인 여론과 함께 전문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등 정치권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기도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의 단체장은 소속 공무원을 비롯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전속적인 인사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단체장의 보은·정실·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인사권의 남용 문제를 통제하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 등용을 위해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가 논의되어 왔다.
인사청문회는 미국·영국 등의 서구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국회에도 이미 도입되었고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의회 차원의 사전 검증 절차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는 법적 근거와 운영 측면에서 여러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북, 광주 등의 일부 광역의회는 조례를 제정해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대법원이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의 근거 없이 조례로 단체장의 임명권을 제한하는 것은 지방의회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단체장의 인사권에 개입하여 그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림으로써 좌절되었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협약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운영해 오고 있다. 본고에서는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의 도입 현황을 살펴보고, 그 성과와 개선과제 등을 제시해본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 현황
현재 광역의회의 경우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4개 기초의회까지도 도입하는 등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각 의회 사정을 감안해 다양한 형태로 도입·운영되고 있다.
먼저 인사청문회의 법적 근거를 살펴보면, 첫째, 제주도의회는 별정직부지사와 감사위원장에 대해서만 법률과 조례에 근거해 도입하였다. 이 유형은 법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서울 관악·강동, 경기 과천·의왕 등은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협약에 의해 도입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천, 대전, 제주(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장) 등은 외부적으로 효력이 없는 의회 예규를 통해 도입하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은 법령이나 자치법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정책결정자인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상호 합의를 통해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시절, 협약을 통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협약 위반을 이유로 홍 지사가 협약을 파기해 한때 폐지되었다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취임하면서 재시행되었다. 이처럼 어느 일방이 약속을 파기할 경우 지속될 수 없다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인사청문회의 대상은 대부분이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인천, 제주는 정무직 또는 별정직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도식화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지방의회(광역의회) 인사청문회 도입 현황
구분
관련 근거
대상
도입 시기
서울
서울특별시의회와 서울특별시 간의 인사청문회 실시협약
5개 지방공기업(공사·공단)
’15.8.17.
부산
부산광역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검증회 도입 업무협약서
6개 지방공기업(공사·공단)
’18.8.29.
대구
대구광역시 지방공기업 및 의료원의 장에 대한 대구광역시의회와 대구광역시 간의 인사청문협약서
산하 지방공기업(4), 의료원(1)
’17.6.20.
인천
인천광역시의회 인사간담회 운영지침 (시의회 예규)
정무부시장, 5개 지방공기업 사장·이사장
’11.10.13.
광주
광주광역시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 업무협약서
8개 산하기관
’15.2.25.
대전
대전광역시의회 인사청문 간담회 운영 규정
4개 공기업 사장·이사장
’14.9.26.
울산
울산광역시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협약
4개 공기업 및 출연기관
’18.12.12.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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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경기도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업무협약서
6개 공공기관장
’14.8.29.
강원
강원도 산하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협약
4개 산하기관
’15.7.7.
충북
충청북도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장 인사 청문 협약
4개 기관장
’19.9.17.
충남
충청남도의회·충청남도 인사 청문 협약서
7개 공공기관장
’18.9.14.
전북
전라북도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 실시협약
5개 기관장
’19.1.16.
전남
도지사와 도의회 간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 협약
5개 공공기관
’15.1.28.
경북
경상북도 산하기관 등의 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실시협약
5개 기관장 (지방공기업 2, 출자·출연 3)
’16.12.19.
경남
경상남도지사와 경상남도의회 의장 간 경상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 협약서
6개 출자·출연기관
’18.8.28.
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및 제주특별자치도 인사청문회 조례
별정직 부지사
’06.7.1.
감사위원장
’06.7.1.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실시에 관한 지침(도의회 예규)
행정시장(제주시장, 서귀포시장)
’14.9.11.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장의 인사청문회 실시에 관한 지침(도의회 예규)
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장(5개 기관)
’14.10.8.
※ 기초의회 : 서울 관악(2016년), 서울 강동(2019년), 경기 과천(2020년), 경기 의왕(2021년)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의 성과
또한 과거 ‘깜깜이 인사’였던 방식에서 벗어나 임용 과정이 지역 주민과 언론 등에 노출되고, 특히 지방의회를 통한 공개 검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에도 기여했다. 나아가 단체장이 단독적으로 임용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주민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검증 과정을 거침으로써 정치적 정당성과 임용된 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도의회의 부단체장과 감사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관련 법령상 근거가 부재한 상황임에도 지방자치단체 정책 결정의 핵심 주체인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정치적 합의를 통해 인사청문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것은 지방정치를 둘러싼 건전한 협치의 산물이다. 이는 향후 법적 근거가 불리한 사안이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새로운 제도나 정책 도입을 원할 경우 정책결정자 간의 원활한 합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향후 과제
향후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법적 안정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제21대 국회에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관련 법률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는데, 현재까지 제대로 된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6개 광역의회와 4개 기초의회가 이미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그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국회와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법률에서는 인사청문회 도입에 관한 근거를 두되, 세부적인 절차와 운영방식 등은 조례로 위임하는 형태가 타당할 것이다. 인사청문 대상과 범위에 관해서도 지방의회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지방의회별로 청문 대상과 범위가 부단체장,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 행정시장 등이 제각각인 상황이므로 이를 법률에서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내부 여건과 제반 사정을 고려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공기업법이나 지방출자출연법에 근거를 두기보다는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되, 그 대상과 범위는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형태가 타당하다.
둘째, 인사청문회의 준비기간과 회의 일수를 확보해야 한다.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그 준비기간이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단 하루 1차례의 회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내실 있고 실효성 있는 인사청문회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준비기간을 충분히 두고, 회의 일수를 최소 2일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인사청문 결과에 대한 구속력이다.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 결과에 따라 단체장의 임용권이 일정부분 제약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방안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국회의 경우와 같이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지방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직위와 인사청문회 실시만으로 그 절차가 종료되는 직위를 각각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주민 참여 방안이다. 현재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제도를 운영하듯이,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가칭, 인사청문 주민배심원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단체장-지방의회-주민의 3자 공동으로 기관장 등을 임용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는 「지방재정법」상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처럼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운영이 또 한 번 ‘지방이 중앙을 바꾸는 사례’가 되길 바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한민국 국회와 중앙정부가 응답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