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그간 지방공기업(지방직영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지방공무원이므로 제외한다. 이하 동일하다) 직원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주목할 만한 결정들을 하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리는 향후 지방공기업 직원의 규율에 대한 입법 방향과 법령 해석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살펴본다.
지방공사 직원의 직위가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인 ‘공무’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1. 2. 25. 선고 2018헌마174 전원재판부
(1) 사안의 개요
청구인들은 서울교통공사에 일반직으로 입사하여 현재 근무 중인 근로자와 일반직의 공개 채용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었던 자들이다. 청구인들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특별시장이 행할 ‘서울교통공사 정관’ 개정안 중 무기업무직의 전면 정규직 전환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변경 인가 및 무기업무직의 전면적인 정규직 전환에 관련된 부분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각하하였다.
(2) 결정 이유
서울특별시장이 아닌 사장이 서울교통공사의 직원을 임명하고, 서울교통공사의 직원은 그 신분과 관련하여 지방공무원법의 규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지방공기업법과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 이러한 규율상의 차이로 인하여, 서울교통공사의 직원은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법률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공무원으로서 받는 제약을 받지 않게 되는바, 이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서울교통공사의 설립 목적, 독립적인 법인격 부여의 의미, 수행 사업의 성격, 직원의 신분관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서울교통공사의 직원이라는 직위가 헌법 제25조1)가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인 ‘공무’의 범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1) 제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뇌물죄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지방공기업 직원의 공무원 의제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2001헌바4 전원재판부
(1) 사안의 개요
지방공사 ○○의료원의 경리과장으로서 의약품대금 결제업무를 담당하여 오던 청구인은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2) 지방공기업법 제83조, 형법 제129조 제1항에 의한 뇌물수수죄로 기소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한 후, 지방공사 직원을 형법 제129조 등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본다는 지방공기업법 제83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상고와 함께 위헌제청신청 역시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방공기업법 제83조(이 사건 법률조항) 중 “공사의 직원을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보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2) 결정 이유
지방공사의 직원에게는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 요구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를 보호하고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직원을 형법상의 뇌물죄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여 이를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지방공사 직원의 금품수수 관련 행위를 형법 제129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한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지나치게 가혹하여 위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고, 공무원의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의 공공적 성격으로 인하여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이 요구되는 경우에 그 직무와 관련된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뇌물수수 행위와 같거나 유사하게 처벌하는 사례는 우리 형사법 체계상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전체 형벌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하였거나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3)
또한, 지방공사의 공공적 성격 및 이에서 도출되는 그 인적 구성원의 청렴성 및 직무의 불가매수성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법률조항이 지방공사 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 등에 대하여 일반 사인과 달리 공무원의 수뢰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당초 의료사업은 지방공기업의 사업이었으나, 2005. 7. 13. 제정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3)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적합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을 의미하며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지방의회의원이 지방공사 직원의 직을 겸할 수 있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0헌마605 전원재판부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지방공사인 서울메트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지방의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으로, 지방의회의원은 지방공사 직원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35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서울메트로에 사직원을 제출하여 같은 날 면직되었다. 청구인은 겸직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2) 결정 이유
지방자치법 제35조 제1항 제5호 중 ‘지방공사의 직원’에 관한 부분(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력분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원칙을 실현하고, 지방의회의원의 업무전념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 정당성이 인정되며, 지방의회의원으로 하여금 지방공사 직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직을 수행하는 동안 지방공사 직원의 직을 휴직한 경우나 지방공사를 설치·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인 경우에도 지방공사 직원과 지방의회의원으로서의 지위가 충돌하여 직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지방의회의 활성화라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특정 의제에 대하여 지방의회의원의 토론 및 의결권을 반복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겸직을 금지하는 것 이외에 덜 침익적인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비하여 심판대상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지방공단 상근직원이 당원이 아닌 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헌법재판소 2021. 4. 29. 선고 2019헌가11 전원재판부
(1) 사안의 개요
신청인은 지방공단의 상근직원으로 당내 경선 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당 광주광역시 ○○구청장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는 자를 위하여 권리당원을 모집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파용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당내 경선 운동을 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신청인은 항소하여 그 항소심이 진행되는 중에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제1항 및 제255조 제1항 제1호 중 해당부분(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은 해당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구 지방공단의 상근직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2) 결정 이유
당내 경선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공단의 상근직원은 이 사건 공단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경선운동을 한다고 하여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이미 이 사건 공단의 상근직원이 당내 경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들을 금지·처벌하는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 사건 공단의 상근직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경선운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공단의 상근직원의 경선운동을 일률적으로 금지·처벌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정치적 표현 자유의 중대한 제한에 비하여 이 사건 공단의 상근직원이 당내 경선에서 공무원에 준하는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당내 경선의 형평성과 공정성의 확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지방공기업 직원의 특수성 이해 필요
오래전부터 일반인들은 지방공기업 직원을 공무원으로 착각하거나 소위 ‘준공무원’이라고 하여 공무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방공기업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다. 지방공기업과 소속 직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공법이 아닌 사법(私法) 관계에 해당하며, 공무원법령이 아닌 일반적인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지방공기업 사업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지방공기업 직원을 다종다양한 법률을 통하여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향후에도 각종 개별 법률을 통하여 지방공기업의 직원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노동관계법령의 해석에 있어서도 그 특수성을 하나의 참작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