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9고합165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0. 7. 8. 선고 2019가합17597 판결
01 사건의 경위
➊ ○○○ 시설관리공단에서 2013년 제3회, 2014년 제1회, 제2회, 제3회, 2015년 제1회 경력경쟁채용과 2015년 무기계약직 경력경쟁채용과 관련하여 채용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채용비리의 방식은 대동소이하며, 그 중 2014년 제1회 경력경쟁채용의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➋ ○○군수 신○○는 2014. 2월경 ○○○시설관리공단 본부장 변○○에게 전화하여 ○○군 ○○읍장의 딸 정○○이 공단의 2014년 제1회 경력경쟁채용에 입사원서를 넣었으니 챙겨보라고 요구했다. 본부장 변○○은 ○○군수 신○○의 요구에 따라 이사장 박○○에게 청탁이 들어왔다고 보고하였고, 이사장 박○○은 본부장 변○○에게 정○○을 챙겨보라고 하였으며, 본부장 변○○은 인사담당자 김○○에게 정○○을 꼭 챙기라고 지시했다.
➌ 본부장 변○○은 2014. 2. 13.경 2014년 제1회 경력경쟁채용 면접심사에 내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여, ○○군수 신○○ 및 이사장 박○○의 지시에 따라 정○○에게 원래 부여하려 했던 점수보다 높은 92점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 면접점수가 합격선에 이르지 못하자, 인사담당자 김○○은 정○○에 대한 외부 면접위원 이○○의 면접 채점표에서 연필로 표시되어 있는 ‘평정점’란에 면접점수 80점을 지우개로 지우고 펜으로 92점으로 상향하여 표시하는 방법으로 정○○을 면접심사에 합격하게 했다. 이후 인사담당자 김○○는 면접점수를 임의로 조작하여 면접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진 사실을 숨긴 채,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인사위원 이○○로 하여금 마치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정○○이 합격한 것처럼 표시된 인사위원회 서면의결서에 서명을 하게 하여 정○○을 최종 합격시키고, 그 무렵 공단 경영지원팀 사무실 캐비닛에 위 면접채점표를 비치했다.
➍ 한편, 검찰의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보에 따라 정○○이 채용비리 관련 합격자로 확인되었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36조 제1호, 제10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9. 10. 1. 정○○에게 당연퇴직을 통보했다. 정○○은 재심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와 자신을 비위채용자로 단정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용상 하자를 이유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02 법원의 판단
➊ 형사판결
위 2014년 제1회 경력경쟁채용 등의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관련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중 본부장 변○○은 업무방해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처하는 선고를 받았다(울산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9고합165 판결, 현재 항소 진행 중).
➋ 해고무효판결
법원은 공단의 인사규정에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절차를 규정하고 있을 뿐 당연퇴직에 대한 재심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인 정○○에게 반드시 재심절차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36조 제1호, 제10조 제10호가 당연퇴직 사유로 정하는 ‘비위채용자로 적발된 자’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채용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채용된 자를 지칭하되, 지원자가 직접 부정행위를 범한 경우는 물론, 지원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지원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로서 그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게 될 지원자가 그러한 부정행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원자가 그 부정행위로 인하여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채용자 역시 비위채용자로 보아야 함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원고 정○○이 비위행위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당시 원고 정○○이 원고의 부친이 한 청탁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비위행위의 이익을 받아 불공정하게 선발되었음이 확인된 이상 이 사건 당연퇴직은 적법하다고 했다(울산지방법원 2020. 7. 8. 선고 2019가합17597 판결, 확정).
03 채용담당자의 형사책임(업무방해죄)
지방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 문제가 발생한 경우「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와 금전수수가 있는 경우에는 「지방공기업법」 제83조 또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공무원 의제 조항에 따른 뇌물죄가 문제시된다.
실무상 문제시되는 것은 업무방해죄이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제313조의 방법(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의 업무란 타인의 업무로, 타인이라 함은 범인 이외의 자연인과 법인 및 법인격 없는 단체를 가리킨다(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663 판결 등). 그리고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문제는 채용비리 행위가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신규직원 채용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공사 사장이 시험업무 담당자들에게 지시하여 상호 공모 내지 양해 하에 시험성적조작 등의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법인인 공사에게 신규직원 채용업무와 관련하여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한 것이 아니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 또한, 면접위원 상무이사가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다른 면접위원이 면접이 끝난 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채점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면접장소에서 먼저 퇴장하자, 남은 면접위원들과 협의하여 자신이 지정한 응시자를 최종합격자로 선정한 것이 퇴장한 면접위원의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으며, 직원 채용권한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도 양해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바 대표이사를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도18858 판결).
반면, 필기시험에서 합격선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게 되자,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조합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점수조작행위를 통하여 이들을 필기시험에 합격시킴으로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사안에서, 점수조작행위는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면접시험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하고, 면접위원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관하여 공모 또는 양해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계에 의하여 면접위원이 수행하는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서 채용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사장도 채용비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공단에 대해서는 위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 면접위원에 대한 위계는 성립한다. 해당 형사판결에서도 외부 면접위원인 이○○의 면접 채점표를 조작한 것으로서 이○○의 공정하고 적정한 면접심사 및 합격자 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결했다.
04 채용비리 채용자에 대한 해고 분쟁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채용비리로 채용된 자의 일자리는 박탈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근로관계 단절의 방법으로는 해고, 근로계약의 취소 및 채용공고에서 유보된 약정해제권 행사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대부분의 지방공공기관 인사규정에서는 징계해고 외에 당연퇴직, 직권면직사유를 별도로 정하여 근로관계 종료방법을 구분하고 있다. 명칭과 무관하게 직권면직, 당연퇴직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 성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한편, 해당 사건과 같이 부정한 청탁은 주로 채용비리 입사자 본인보다는 그 가족에 의해 이루어진다. 강원랜드 부정채용 사건과 관련하여 “인사규정이 말하는 ‘부정한 행위’란 지원자가 직접 부정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지원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지원자를 위해 부정행위를 했다면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게 될 지원자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원자가 부정행위로 인해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채용 역시 부정행위에 의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하급심의 판단 법리를 최근 대법원은 그대로 인정하여 확정하였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20두39149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채용비리 입사자에게 비리에 관한 책임을 물어 해고를 함에 있어 부정행위 등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공기관으로서는 채용비리 부정행위에 대한 증명자료 확보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공공기관은 채용비리로 입사한 자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다만, 근로계약을 취소함에 있어서 채용비리 사유가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러한 사유를 알았더라면 채용을 하지 아니하였을 것인지, 채용 이후 그와 같은 채용비리를 묵인 또는 방조하여 그 하자가 치유되었는지 등을 입증하거나 항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계약의 취소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되므로 근로에 따른 임금지급의 의무를 부담한다.
셋째, 채용비리 등 부정행위자의 합격을 취소하는 등의 채용공고에 근거하여 약정해제권 행사를 고려할 수 있다. 고용계약에는 조건을 붙일 수 있고 그 계약이 조건부일 때에는 당연히 그 조건의 성취여부에 따라 그 계약의 효력이 좌우된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15479 판결). 하급심 판결이지만, 사립학교의 정교사 임용 시험에서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임용시험 공고에서 ‘취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는 임용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사후에 임용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 즉 약정 해제권을 유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약정해제권을 인정했다(부산고등법원 2013. 8. 14. 선고 2012나10027 판결). 즉, 지방공공기관에서는 채용비리 등의 경우에는 합격을 취소한다는 명문화된 채용공고를 삽입하는 것이 향후 분쟁을 대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채용비리의 유형이 다종다양하며 채용비리 입사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말해, 채용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사자의 채용 결과가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결과인지 명백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05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책임
채용비리는 비리가담자 및 불공정하게 입사한 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공공기관에 입사를 위해 수년간 준비를 한 응시자들의 채용기회를 박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입사 준비 비용 등 실질적인 금전적 손해를 가져온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8. 5. 3.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우선, 채용비리와 관련한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 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피해자에게 즉시 채용 또는 다음 단계 응시기회(서류단계 피해 : 필기시험 기회 부여, 필기단계 피해 : 면접시험 기회 부여, 최종 면접단계 피해 : 즉시 채용)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채용비리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더라도 피해자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해당 피해자 그룹을 대상으로 제한경쟁채용 시험(서류단계 피해 : 서류시험 재실시, 필기단계 피해 : 필기시험 재실시, 최종 면접단계 피해 : 면접 재실시)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피해자 구제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피해자 또는 피해자 그룹이 특정·확인될 경우 채용비리 관련 부정합격자가 확정·퇴출 전이라도 피해자 구제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이 경우 채용된 인원에 한해 한시적으로 정원 외 인력으로 허용).
한편, 채용비리 피해자는 지방공공기관 등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재 ○○감독원 사건에서, 법원은 채용공고인 ‘서류전형 → 필기시험(전공·논술) → 면접(1·2차)’을 진행하여 최고득점을 받아 합격예정이었으나 계획에도 없던 세평조회를 실시하여 불합격한 자에 대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8천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10. 11. 선고 2018가합10019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나2073790 사건으로 확정). 채용절차가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재량이다. 즉, 채용절차에 탈락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하거나 고용의무가 형성된다고는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채용비리 피해자가 입은 손해인 정신적 손해로서의 위자료는 부담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06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채용비리의 조치
2020. 6. 4.부터 채용비리 등의 사건과 관련하여, 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또는 감사 의뢰, 비위행위자에 대한 해임요구, 비위행위의 인적사항 및 비위행위 사실 등의 공개, 합격·승진·임용의 취소 또는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 등에 대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지방공기업법 제63조의7,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 대한 조치 요구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비위행위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 조치는 개별 지방공공기관의 자체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즉, 지방공공기관으로서는 채용비리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채용절차 및 채용비리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후속 조치를 위한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용비리는 해당 사건과 같이 경력자 채용이나 공무직 등의 채용에서 은밀하게 발생하기 쉽다. 여전히 특정 경력직으로 채용된 자가 누구의 친척이고 측근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직원뿐만이 아니다. 측근이라는 이유로 역량도 없는 임원이 임명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9월 19일 청년의 날을 맞이하여 채용 등에 있어서 ‘공정’을 강조했다. 지방공공기관의 신뢰와 역량은 공정한 채용에서 출발한다. 지방공공기관에서 미래를 꿈꾸던 수많은 지원자들에게 실망을 넘어선 절망을 몰아넣는 채용비리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