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추구, 지표 확대 환경 조성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시작되었다. 영미의 보수주의란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제, 개인주의를 강조하며, 정부의 확대를 금기시한다. 미국의 이런 시장경제의 개입은 1930년대 경제 대공항 이후 꾸준히 지속되어 정부의 재정적자가 증가하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당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수상은 더 이상 이러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못 참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공무원의 감축과 공기업의 통폐합을 단행하였다. 국가는 민간영역에서 철수하여 17세기의 자유방임제의 야경국가로 돌아가라는 게 신자유주의의 사조이다, 영국에서는 이 과정에서는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극심하였음에도 대처는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며 공기업의 연대파업을 물리쳤다.
적어도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전까지는 민영화나 민간위탁이 유향이 되었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맹위를 떨쳤다. 그동안 빈부의 격차, 공익의 저하, 국가 역할의 축소는 당연한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민간기업은 이윤추구에만 괸심이 있을 뿐 공익성이나 윤리성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정책, 박근혜의 성과주의에 따른 공공개혁 역시 작은 정부, 재정적자 축소, 공공부문의 효율성에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러한 기업형 정부는 2017년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단절성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국정관리평가체제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지표를 확대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지방공기업의 제도 현황
한편 일본의 지방공기업은 에도시대의 상수도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연원이 깊은 시스템이다. 일본은 1952년에 지방공영기업법이 제정되어 지방공기업이 일본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왔고 지방공기업의 숫자나 규모도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한국의 지방공기업은 제도적으로 일본과 상당히 유사한데 한국이 1969년에 일본의 지방공기업의 법령체계를 원용하여 지방공기업법을 제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제도적 동형화 현상이라고 본다면 법령과 제도의 차이가 워낙 다른 미국보다는 일본의 변화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지방공기업의 경영형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크게 직접경영방식과 간접경영방식으로 구분된다. 일본은 직접경영 형태를 ‘지방공영기업’이라 하며, 우리나라의 상수도, 하수도 등의 사업이 주로 포함되며, 간접경영형태로는 지방공사와 제3섹터가 있다.
[그림 1] 지방공기업 미래준비역량 현황 분석
일본의 지방공영기업은 상수도, 하수도, 공영개발사업 외에 교통공사인 지하철사업(궤도사업), 자동차운송사업 그리고 시설관리공단 사업인 가스, 관광시설, 병원, 개호 서비스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지방3공사는 ‘지방주택공급공사법’에 의한 지방주택공급공사, ‘지방도로공사업법’에 의한 지방도로공사, 그리고 ‘공유지의 확대 추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토지개발공사가 있다. 2019년 12월 현재 일본의 지방공영기업 수는 8,398개, 지방3공사는 745개, 제3섹타는 7,364개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국정의 주요방향으로 설정하여 현재 한국사회의 시대적 담론이 되고 있으나 사회적 가치란 변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란 특정 사회가 공동으로 논의하고 합의된 옳고 바람직하며 타당한 것을 의미한다. 그건 소수자의 보호, 인권의 신장, 기초적인 생활의 보장, 종교의 자유 등 너무나 당연하고 또한 다양한 것이어서 쉽게 나열할 수는 있어도 범위를 한정하여 공기업이 추구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공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하지만 이렇게 창출된 가치 중에서 시장의 가격 체계에 반영되지 않은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엔은 17개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제시하였는데 이를 살펴보면 빈곤퇴치, 기아퇴치, 건강과 복지, 양질의 교육, 양성 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이용 가능한 청청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혁신 기반시설,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도시와 공동체 복지,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 행동, 해수·담수 생태계, 육상 생태계, 평화·정의·강력한 제도, 파트너십이 있다.
한국은 현재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의 권익 증진 등의 의미로 쓰고 있다. 공기업을 운영하면서 일자리의 창출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익을 증진하는 다양한 제도를 지표화하여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평가 반영의 비율도 20~30%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국정평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가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다양한 계층적 수준에서 매년 일괄적으로 평가를 하고 그 평가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면 국정 슬로건이 국정평가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공기업 개혁
한국의 지방공기업 정책은 보수주의 정부가 지방공기업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성과주의를 강조하였다면, 진보주의 정부의 사회적 가치의 추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초점을 둔 공익성을 재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지방공기업의 이런 극명한 정책 차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2000년대에 들어 일본이 국가 및 지방의 재정압박을 받는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하여 지방공기업의 경영혁신을 통한 효율성에 개혁의 중점을 두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지방공기업에의 경영개혁을 위해 공기업과 제3섹터의 경영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였다. 먼저 지방공기업을 광역화하거나 연계하여 통합하고 개혁의 진척이나 성과의 정량적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수도나 간이수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로드맵을 명확히 하고, 인구 3만 명 미만의 단체에서의 공기업 회계의 적용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특히 제3섹터에 대해서는 재정적 위험 상황을 반복하지 않도록 각 지방공공단체의 운영 건전화를 위한 방침의 책정과 공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출 효율화나 수지 등에 대한 효과를 공표하는 것 외에 다양한 민간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방공기업 개혁 가운데 사회적 가치 활동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특정지표로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업무를 강화하거나 연계시키는 방식이다. 일본의 상하수도 공영기업인 에코시티 서비스(Eco City Service)의 사회적 가치를 사례로 살펴보면 이 기업은 수자원 보전활동, 어린이·노약자 돌보기 활동, 방재응원대책과 훈련참가, 고객만족에 위한 빠른 대응, 지역사회에 대한 밀착식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코시티 서비스는 사회적 책임 준수(Compliance 운동)로 공기업임을 항상 자각해, 경영의 투명성, 건전성, 준법성의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역 돌보기 활동 참여 활동을 예로 든다면 어린이와 노약자 돌보기 활동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를 시작으로 장애자나 아이의 안전 안심인 생활의 확보 등 지역의 돌봄 활동을 통해서 사회복지의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검침 시에 전용 스태프 복장을 착용하고, 지역의 보살핌과 범죄 억제에 공헌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지역 안심·안전 순찰의 취지에 동참하고, 업무를 살린 순찰에서 참여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 110번의 차 활동으로 등하교 때나 공원 등에서 아이가 범죄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특히 치매 서포터 육성으로 지역의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에 참가해,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적절한 대응 방법 등을 배우고, 날마다 업무 중에서 치매 환자의 서포트나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응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공기업의 본질적인 업무 수행과는 별도로 사회적 책임성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일본의 경우, 공기업 자체가 공익실현을 위해 설치되었기 때문에 업무 수행 자체가 공익실현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업무의 개선작업이 그 과제가 된다. 기존의 활동이 보여 준 비능률성을 제거하고 보다 안정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려는 경영혁신이 주요 지향점이 되고 있다. 민간위탁, 조직 통합 등을 통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상수도의 광역화, 재난 대비 구축, 상수원 보호 숲 가꾸기 등으로 공공성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지방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활동
최근 일본 지방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 활동의 특징은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처하는 지방공기업의 활동 강화이다. 일본은 현재 지역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른바 지방소멸로 일컬어지는 소멸가능성 도시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여건의 근본적 변화는 행정서비스 제공의 한 축인 지방공기업의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아이 돌봄이나 출산 여성의 보호, 여성친화적 기업에 인증마크를 주는 방식 등이다.
또한 환경 보호의 가치가 확대되면서 지방공기업은 지역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 식수 지원사업, 상류지역 보호를 위한 숲 만들기, 버려졌던 연료 속에서 친환경 에너지 개발, 수력, 풍력 등의 에너지원을 발굴, 지역사회 출장 강의,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의 인센티브 수립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끝으로 지역 내외의 파트너십을 통해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들을 참여시키면서 공기업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고자 한다. 실제 지방공기업의 평가가 없는 대신 준법성 감사와 지역위원회의 운영방식 결정 등이 일본 지방공기업을 경영방식이다. 특히 서비스의 광역화를 추진하기 위한 지방공기업 간의 협업은 한국의 지방공기업도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