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디에서나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주 시내는 물론 불국사 가는 길에, 황룡사지와 보문사 가는 길에도 남산은 멋들어진 위용을 뽐낸다. 서라벌 남쪽에 솟은 산이라는 뜻에 ‘남산’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두 봉오리에서 뻗어 내려오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로 이루어진 산이다. 그 옛날 신라인들에게 남산은 ‘신’과 같았다. 신처럼 모시며 산에 자리한 계곡과 바위, 나무 모두에 제각기 의미를 부여하고 믿음을 나타냈다. 옛 신라인의 숨결을 느끼고 발자취를 따라 걷는 ‘남산탐방길’은 경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신라 태동의 성지 서남산과 미륵골, 탑골, 부처골 등의 수많은 돌 속에 묻힌 부처가 있는 동남산으로 구분된다. ‘경주를 제대로 보려면 남산에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산이 아니라 문화다. 신라시대 문화 유물이 살아 있는 경주 남산은 자연은 물론 그것과 함께 조화를 이룬 문화가 아름다운 풍광을 완성한다. 산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적 문화유적이 자그마치 694점이다. 왕릉 13기, 산성터 4개소, 절터 150개소, 불상 129체, 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의 문화유적이 남아있는데, 이 중 국보 1점을 비롯해 총 48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2000년 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산 전체가 자연유산도 아닌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전례라 할 수 있다. 1500년 전 신라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남산은 경주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전신임이 분명하다.
남산의 백미는 ‘삼릉에서 용장까지’ 코스다. 배동 석조여래삼존불입상에서 시작하여 산기슭을 따라 삼릉을 답사하고, 냉골(삼릉계곡)을 따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이 과정은 등산의 재미를 배가 시켜주는 흥미로운 문화 유적 답사를 겸할 수 있는 데다 신라시대의 석불을 시대적으로 모두 만날 수 있는 신라 석불의 보고이기도 하다. 신라 불교 미술은 동남산 산책으로 달랜다. 동남산 자락에 위치한 주요 유적을 돌아보며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전성기까지 신라 불교 미술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한국적 아름다움과 자비가 가득한 보리사 석불좌상, 9m 높이의 사면 바위에 탑과 불상 등을 새긴 불무사 부처바위, 바위에 아치형 감실을 파고 앉은 부처골 감실석불좌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