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레투나’ 재활용품 쇼핑몰은 설립 이후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자동차 또는 기차편으로 약 한 시간 반 거리의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약 7만 명의 소도시 에스킬스투나(Eskilstuna)에 자리하고 있는 레투나(Retuna)는 보기 드문 특이한 미래지향적 소매몰이다. 에스킬스투나 시의 이름에 ‘재활용(Returen)’의 의미를 조합한 레투나는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링된 중고품만을 판매하는 세계 최초의 재활용품 쇼핑몰 겸 전시장(ReTuna Återbruksgalleria)이다.
스웨덴은 이미 1969년에 세계 최초로 ‘환경보호법(Environment Protection Act)’을 통화시켰다. 그 후로 스웨덴은 대기의 산성화, 화학오염,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 앞서며 지난 10년에 걸쳐 세계 경제 포럼이 각 나라의 환경 정책을 평가한 환경성과지수(Enviroment Performance Index) 톱10권에 든 환경선진국이다. 스웨덴 정부는 2015년 지속가능한 환경-스마트 사회 구축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 최초로 석유연로 사용제로와 자원재활용에 기반한 순환경제 정책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북구 유럽인들 사이에서 물품 재활용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시민적 의무이자 매우 익숙한 일상 라이프트스타일의 일부다. 창업자 겸 대표인 아나 베리스투룀은 2012년부터 폐품처리된 물품을 재활용 또는 리폼해 수익을 추구하는 새 사업 아이디어를 지방자치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득하고, 2014년부터 시 정부 정치인들의 후원을 받아 레투나 건축과 시설물 건설공사에 들어갔고 이듬해인 2015년 8월에 개장했다. 그 이후로 버려진 중고물품과 폐품을 재활용·가공하여 이전보다 더 가치 있는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 또는 ‘업사이클’ 된 제품 판매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 비즈니스 컨셉의 소매 사업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표 1] 지역구별 쓰레기 재활용율
출처: OECD/Eurostat
에스킬스투나 시 정부와 연계된 비즈니스 프로젝트였던 만큼 역경이 없지 않았다. 2015년 스웨덴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베리스트룀 창업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위험부담 큰 재활용품 소매 사업을 굳이 시 정부 소유의 기업이 지원할 것인가 라며 의심하던 새 정권의 정치가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 쇼핑몰의 개장 2년 후 독립경영을 약속했다. 실제로 레투나는 개장 2년 만에 자체 매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자립 사업체가 되어 해마다 꾸준한 매출 향상을 거듭하며 스웨덴 내에서 물론이고 CNN 방송, BBC방송, 가디언 일간지, 허핑턴포스트 등 세계적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미래지향적 친환경 혁신 커머스’ 의 성공사례로 집중 보도된 바 있다.
[표 2] 지방별 플라스틱 재활용율
출처: Staaf (2006)
일상 속에서 쓰레기 재활용이 일상화되어 있는 스웨덴은
2020년 1월 현재 기준 폐품 재활용율 99%를 자랑하며 사실상 제로 쓰레기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Stockholm Resilience Center 글로벌 재생가능성 연구소는 발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고품 매매는 보편적인 상업활동이다. 하지만 대량생산된 신제품이 일상화된 오늘날 중고품을 돈 주고 산다는 것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아직도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현시점에서 레투나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까지 중고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과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주효했다고 베리스트룀 창업자는 말한다. 그래서 레투나 창업자 겸 대표로서 그녀가 수행한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는 소비자들이 중고품 재활용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자원재활용에 대한 인식 확대와 공감대 형성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쇼핑몰의 일상적 운영 및 관리와 사업상 의사결정 등 경영적 측면 외에도 친환경주의 복음자로서 언론매체의 의뢰와 기자 인터뷰에 직접 일일이 응대하며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용품의 장점을 윤리적인 측면에서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또 흔히 중고품을 파는 곳은 벼룩시장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전략도 즉효했다. 소비자들은 이곳 레투나에서 팔리는 리폼 및 리디자인 된 중고품이 신제품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의외로 놀라기도 하는데 바로 그 같은 의외의 가격책정 전략도 중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영향을 끼쳤다고 그녀는 말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다양한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레투나 재활용 창고(Returen depot)에 온 방문객들은 폐기하고자 하는 장난감, 가구, 의류, 장식용품, 전자용품 등을 직접 기부하고 간다. 재활용 창고에는 에스킬스투나 시 정부 산하 재활용부서(AMA) 소속 직원이 근무하며 이렇게 수집된 중고품을 재활용가능한 것과 영구폐기할 것으로 분류한다. 재활용가능품들은 레투나 몰 내 재활용숍으로 보내져 직원들의 손의 거쳐 수선, 수정, 리폼, 세련화되어 판매가능한 상품으로 가공된다. 이런 업사이클링(upcycling) 과정을 통해서 버려진 물품은 새 생명을 부여받고 판매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표 3] 물품별 재활용율
출처: Eurostat(online data code: env_waselee)
지구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경각심이 증대하고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싶어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힘입어서 레투나 쇼핑몰은 해마다 방문객수 증가와 매출 증대를 거듭하고 있다. 각종 기후 및 환경 보고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논쟁, 환경 정보와 최근 그레타 툰베리의 환경운동도 레투나 쇼핑몰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성공을 거듭하는 데 순풍 역할을 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총매출액 11,700,000 스웨덴 크로나(우리돈 약 14억 5천 만 원)와 2019년 매출액 16,700,000 스웨덴 크로나를 기록했다(자료: The Green Paper).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의 예상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대중의 높은 참여도와 상업적 성과를 눈여겨보고 있는 에스킬스투나 지방자치정부는 지방정부 정책 수립에 레투나의 사업활동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나간다.
레투나는 재활용품 수거장 및 매장이 있는 장터로서뿐만 아니라 대중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교육기관의 역할도 점차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020년부터 유럽연합이 집중 추진하고 있는 순환경제(circualr economy)와 지속가능한 경제에 초점을 둔 각종 행사, 디자인 및 기술 워크숍, 강좌가 1년 내내 열리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에스킬수투나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리사이클 디자인’을 주제로 한 1년짜리 과정이 제공될 계획이다. 쇼핑몰 내에는 리사이클/업사이클 업체의 입주 소매 매장들 외에도 컨퍼런스룸, 미팅룸, 유기농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 등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지역 내 공동체 공유공간으로 활용된다.
베르스토룀 대표는 세계 최초의 중고품 재활용 쇼핑몰로서 레투나의 사업 모형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 같은 사업의 설립과 운영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큰 걸릴돌은 초기 자금의 확보다. 레투나의 창업과 안정적인 운영은 에스킬스투나 자치지방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강한 지원 의지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레투나가 활용하는 자원적 밑천은 중고품 기증자들과 좋은 의도를 갖고 실천하는 소비자로부터 온다. 그러나 재활용품 분리, 처리, 수선, 디자인, 개량을 담당하는 레투나 소속 피고용인들의 임금, 쇼핑몰 부지 임대료 및 관리비용 등 사업 운영 전반에 소용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레투나 재활용품 쇼핑몰은 지방정부-공동체 구성원-사업가가 함께 풀어내는 협력 프로젝트로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사례다. 현재 레투나(ReTuna Återbruksgalleria and Retuna Återvinningscentral)는 에스킬스투나 에너지와 환경부(Eskilstuna Energi och Miljö (EEM)) 산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