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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와
지방공기업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에는 ‘사회적 경제과’가 있다. 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출발하여 한국 자본주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온 역사에 비추어 보면 천지개벽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의어로 하고, 사회주의와 전체주의를 동의어로 하여 대척점으로 개념을 구조화해 온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상징성이 있다.
이미 자유와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기주의와 불평등의 부산물이 우리의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어 있다. 2009년 미국 발 금융위기의 과정에서 지독한 소득불균등에 위축되고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한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월스트리트의 자본시장을 거부하는 “Occupy Wall Street”를 주장하였다. 이 시기에 자본주의 방향을 바꾸자는 ‘자본주의 4.0’가 화두가 되었고 OECD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제 개인의 행위가 공동체 사회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공기업의 역할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의미가 있다. 지방공기업은 지역 사회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고 요금이나 수수료를 징수하는 기업적 활동을 하지만, 핵심은 공공성(publicness)을 실천하는 기능이다. 과거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달 동네 연탄 전달하기, 저소득층 김장 김치 담그기 등의 이벤트를 수행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는 자신의 고유한 설립 목적에 충실하면서 지역 사회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도시공사는 시장에서 공급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이나 임대 주택의 공급을 책임진다. 교통공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에 수요자를 위한 교통의 공급을 책임진다. 상수도 사업은 모든 주민이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 수행 과정에서 모범적인 고용주 역할을 수행하여 건전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적정 임금 체계를 유지하는 의무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①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②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 생활환경의 유지 ③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④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⑤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⑥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 ⑦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⑧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⑨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는 지역경제 공헌 ⑩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⑪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⑫시민적 권리로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물론 지방정부가 공기업을 설립하여 직접 공공재를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민간이 공급하게 하고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엄격하게 분석할 필요는 있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적자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방공기업이 공동체의 맥락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본질적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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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단장(2020)
한국행정학회 회장(2020)
국무총리실 국정과제평가단(2019)
기획재정부 공기업 경영평가단 평가위원(20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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