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개요
(1) 원고인 공공기관(한국국토정보공사)은 2015. 7. 7. 참가인 노동조합과 사이에 ‘원고는 매년 7월 말까지 조합원의 전년도 월별 임금지급 내역서와 경영평가 성과급 세부내역서를 참가인 노동조합에 제공한다’라는 내용의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6. 7. 18.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계획’을 수립한 후 2016. 7. 29. 소속 근로자들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을 5개 등급(S등급, A등급, B등급, C등급, D등급)으로 나누어 지급하였고, 그 직후 위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참가인 노동조합에 근로자들의 성과등급, 지급률, 성과급 지급액 등이 기재되어 있는 2015년도 월별 임금지급 내역서와 경영평가 성과급 세부내역서를 제공하였다.
(2) 참가인 노동조합은 2016. 8.경 각 지역노동조합본부에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2015년도 월별 임금지급 내역서와 경영평가 성과급 세부내역서를 제공하면서 참가인 노동조합이 산정한 근로자별 성과급 재분배 결정금액을 알려주었고, 각 지역노동조합본부는 이에 근거하여 S, A등급을 받은 조합원들로부터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 일부를 반환받아 C, D등급을 받은 조합원들에게 재분배하였다.
(3) 원고인 공공기관은 2016. 9. 30.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참가인 노동조합의 주도로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 사건 감사를 실시하였다. 원고인 공공기관은 참가인 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던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여러 차례 이 사건 감사의 수감장에 출석할 것을 명하였으나, 피고보조참가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보조참가인은 2016. 11. 11. 원고에게 이 사건 감사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같은 날 ‘이 사건 감사는 참가인 노동조합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탄압행위이므로 지금 당장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물리적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4) 원고인 공공기관은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해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 금지명령에 반하여 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한 것은 인사규정에서 정한 ‘정관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제1 징계사유), 노동조합의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 개입 여부에 관한 특정감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감사를 거부하고 방해함으로써 복무규정에서 정한 ‘성실의 의무’를 위반(제2 징계사유)하였다고 파면(해고)을 의결하였다. 이에 피고보조참가인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경우에는 차등 수준을 강화하고
다음연도 평가급 예산편성 금지라고 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평석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제1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
(1) 2016년경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논의가 있었다. 이를 둘러싸고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경영평가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대상판결은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에 관한 판결로, 이를 주도한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한지에 대하여 판단한 사례다.
(2) 종전 공무원의 성과상여금 재분배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있었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 등이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자발적으로 재분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이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고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하는 행위는 정상적 평가에 따를 경우 성과상여금을 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성과상여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성과상여금을 받아야 할 사람도 실제 성과보다 많거나 적은 상여금을 받도록 하여 성과상여금제도가 도입 취지에 따라 운용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수를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마1191, 2016헌마231(병합) 결정). 즉, 공무원이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하는 행위는 지방공무원법 제45조 제3항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수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3) 대상판결은 공무원법령과 달리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보수) 수령에 대한 별도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을 고려하여 노동관계법령을 바탕으로 판단을 하였다. 우선, 법령이나 원고의 정관 및 각종 내부규정에서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를 직접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을 발견할 수 없으며, 당시의 ‘2016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도 기획재정부장관이 원고와 같은 준정부기관에 경영평가 성과급을 차등하여 지급하라는 지침을 하달하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원고가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직무상 명령을 내포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의 재분배를 금지하였다고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지급되었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적어도 소속 근로자들에게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한 2016. 7. 29. 이후에는 그 재분배를 금지할 수 없고, 피고보조참가인 2를 비롯한 원고의 근로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재분배 금지 명령을 따를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도 없다.”라고 하였다.
(4) 종전부터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지급되었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반환이나 포기 및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고 하였다. 또한 이 법리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향후 단체협약이 체결될 경우 그 효력을 특정 시점으로 소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이후 임금에 관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이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을 반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31831 판결). 대상판결은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경영평가 성과급에 대한 배분은 결국 근로자가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감사방해행위(제2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
(1)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주된 의무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이 주된 의무에 수반하여 부수적 의무로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고려하여야 하는 신의칙상 성실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대표적으로, 비밀유지의무, 경업금지의무 등이 있다(참고로, 일반근로자와 달리 공기업 직원들에 대해서는 부수적 의무가중 일부가 법률상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부수적 의무의 하나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조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논의가 있었다.
(2) 종전 하급심 판결로 사용자의 조사에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서울행정법원 2008. 7. 17. 선고 2007구합46005 판결), 대법원이 명시적인 판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대상판결에서는 감사절차에 관한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 형식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감사대상 공무원은 감사활동 수행자 등의 감사활동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추517 판결), 감사대상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도 근로계약에 부수하는 신의칙상 의무로서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위법행위 여부 등에 관한 사용자의 조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하였다.
(3)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피고보조참가인 2는 이 사건 감사의 수감장에 출석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노동조합본부 본부장들에게 문답서에 서명·날인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원고에게 이 사건 감사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물리적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으로 이 사건 감사를 방해하였다.”라는 점을 이유로 하였다. 단순히 감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감사활동을 협박·방해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감사를 거부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한 것이다. 즉, 근로자가 감사거부가 일률적으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한 사용자의 조사협력의무를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조사협력이 직무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더라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협력의무를 부담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조사협력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最高裁 1977. 12. 13. 判決 昭和49年(オ)687호).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성과급 재분배에 대한 현행 규제
대상판결에서와 유사하게 현재 지방공기업 직원 등이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2022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영지침’에서는 “각 기관은 성과급 지급에 있어 소속 직원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지급받은 성과급을 다시 배분하는 행위를 포함)받은 때에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그 지급받은 성과급을 환수토록 하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 법리를 고려하면 공무원과 같은 별도의 법률 규정 없이 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을 기관의 취업규칙으로 환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환수하는 규정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등 그 정당성에 대하여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는 다르다. ‘2022년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에서는 경영평가에 따른 평가급에 대하여 “근무실적 평가 및 평가급 지급에 관한 내부기준을 마련하고, 평가급이 나눠먹기식 배분이 되지 않도록 차등 수준을 강화하여 운영 ※ 평가급을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한 기관은 다음연도 평가급 예산편성 금지”라고 정하고 있다. 즉, 지방공기업 직원들이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평가급)을 재분배하는 경우에는 다음연도의 평가급 예산편성이 금지되므로 결국 지방공기업 임직원 전원이 평가급을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