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 행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따라 개편된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체계의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가치 지표의 신설과 가중치의 향상이다. 사회적 가치 지표는 공공기관보다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민간기업 중심의 시각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기업의 관점에서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기업의 공헌과 상생이라는 윤리적 책임이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사회적 가치가 공기업에는 조직의 존립 근거이자 그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공공성의 범주에 내포되는 한 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2017년 이전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체계에서도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들이 평가지표에 이미 다수 반영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2018년에 개편된 평가체제는 인권, 윤리, 안전,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세부 내용들을 사회적 가치라는 대분류지표하에 별도로 구조화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편된 체계에 따라 공기업 경영평가를 약 4년여 간 실시해온 현 시점에서 사회적 가치 지표의 운영상 한계점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가치 지표의 분절성과 중복성이 공기업 경영 개선의 복잡성 초래
경영평가의 실시과정에서 사회적 가치 지표 운영상의 주요한 한계점은 동일 지표 범주에 포함되어야 할 상호연관성이 높은 평가 내용이 분절화되어 다른 지표들로 분산되고 지표 간의 중첩성이 높아진 점이다.
평가내용의 분절/분산성과 지표 간의 중첩성은 공기업이 경영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복잡성을 심화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하였다. 지표의 분절성과 분산성은 조직 인사 관리와 일자리 확대, 인권 경영, 고객 소통 및 참여 등에서 나타난다.
일자리 확대의 세부지표인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 일자리 질의 개선 등은 조직인사관리 지표와 관련된 세부 내용들로 볼 수 있다. 인사관리 지표의 주요 평가 내용인 인력 운영 계획에 정규직, 비정규직, 장애인 맞춤형 직무의 분석, 직종별 인력 소요 도출, 채용 및 관리 등에 대한 계획이 제시되고 이에 입각한 일자리 창출 및 질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내용들은 단일 지표 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사관리에 포함되어야 할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질의 개선 등은 사회적 가치 지표로 분리되어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이 공기업의 전반적인 인력 운영의 합리성이나 인적자원의 투자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과 유리되어 각각 별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체계는 공기업이 높은 평가등급을 획득할 목적으로 인력 운영의 효율성에 부합하지 않은 무리한 일자리 질의 개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여 인사관리의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권경영의 경우 지표의 포괄 범위가 고용, 노동, 산업안전, 환경, 주민, 소비자 등 광범위하여 평가 내용이 다른 지표들과 중복되거나 분산된 부분들이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책임의 세부 지표인 소통 및 참여와 인권경영 지표의 평가 내용인 고객 피해 구제는 연관성이 높으나 서로 분리되어 있다. 인권경영 지표에서 고객 피해 구제 절차 및 신고채널 등을 별도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장에서 고객들의 피해 구제는 소통 및 참여 지표의 고객 민원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VOC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처리되므로 이 두 가지 내용이 하나의 지표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둘째, 인권경영 공정사회 구현 노력의 세부 평가기준인 기회 균등과 공정 경쟁의 채용상 공정성 노력이 조직인사 지표의 세부 평가 기준인 채용비리 방지의 적정성과 내용상 중복된다. 따라서 평가 대상기관이 동일실적을 두 지표의 실적으로 중복 제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복 제시된 실적에 대한 평가 판단상의 모호함이 발생하므로 평가위원에 따라 평가결과의 차이가 다소 커질 수 있다.
셋째, 윤리경영 및 인권경영 지표에서 인권 침해 구제, 갑질 피해 구제, 고객 피해 구제, 성희롱/성폭력 피해 구제 등을 위한 제도들의 구축 및 운영 여부를 각각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지표들은 유사한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 규정/지침, 신고 채널들을 각각 별도로 마련하게 함으로써 기관의 피해 구제 제도 및 절차의 복잡성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피평가기관은 이러한 피해 구제 제도 및 운영 채널들을 별도로 구축하는 데 있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기관들이 유사한 피해 구제 제도 및 절차들을 통합하여 간소화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유사 중복 지표들을 통폐합하여 평가체계를 간소화
같은 맥락에서 윤리경영과 인권경영 지표는 내용상 상호연관성이 높아 하나의 지표로 통합하여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윤리경영 지표의 세부 평가 내용 중 기관의 투명성 및 기록관리는 기관의 업무 처리 관련 문서와 기록을 보존하는 총무관리 업무로서 지표의 내용과 성격상 부합하지 않아 다른 지표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머지 평가 내용 중 윤리경영 체제 및 인권경영 체계의 구축・운영 노력과 성과, 인권영향 평가, 공정사회 구현 노력 및 성과 등을 단일지표로 통합할 수 있다.
피평가기관 역시 윤리 및 인권경영과 관련된 준비를 위해 평가대상이 되는 내용 중 유사한 피해 구제 제도들을 통합하여 운영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인권경영 규정/지침에 인권피해 구제 외에 갑질 피해 구제 절차 등을 포함하고, 고객 민원 처리 제도에 고객 피해 구제 절차를 반영하여 평가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제도 운영은 간소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성폭력, 인권침해, 갑질, 불공정행위 신고, 부정부패 및 부조리 등의 신고채널을 각각 별도로 구성하기보다는 유사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통합・운영할 수 있다. 다만 인권침해, 갑질, 고객 피해 등의 내용과 사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피해자가 신고기준을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를 별도의 대분류지표로 구분하는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경영평가의 각 범주에 있는 세부지표들을 뽑아내어 사회적 가치로 재분류함에 따라 지표 간의 평가내용의 중복성과 분절성, 지표 간의 경영실적의 중복성 문제가 초래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를 대분류지표로 구분하기보다는 세부지표 내에 사회적 가치 관련 내용들을 포함해 관련 배점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영평가의 목적은 공기업의 경영개선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유사 중복 지표의 분절성은 평가 준비 과정에서 기관들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제도의 복잡성과 운영의 형식주의화를 초래하여 공기업의 합리적인 운영을 저해하게 된다. 유사 중복 지표들을 통폐합하여 평가체계를 간소화함으로써 기관들이 제도 도입 및 운영을 내실화하도록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