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통폐합에 따른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에 관한 소고
지방공공기관이 전환점에 섰다.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개혁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2년 9월 5일 ‘지방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말까지 지방공공기관으로부터 보고 받아 지방공공기관의 경영혁신 방향을 확정했다. 같은 해 6월 선출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의 장들도 공공기관 통폐합을 통한 재정 절감, 경영 효율화 등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지방공공기관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지방공공기관의 현황과 함께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에 따른 노사관계의 안정화 방안을 시론적으로 정리했다.
지방공공기관 및 재정 현황
2022. 12. 31. 기준 지방공공기관은 총 1,260개이다. 이 가운데 출자·출연기관은 850개, 지방직영기업은 252개, 지방공사·지방공단은 159개이다. 출자·출연기관은 경기도가 149개로 가장 많은 가운데 강원도(87), 전라남도(83), 경상북도(72), 경상남도(69), 서울특별시(68), 충청남도(66), 전라북도(60), 충청북도(41)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부산광역시(32), 대구광역시(21), 인천광역시(25), 광주광역시(20), 대전광역시(19), 울산광역시(14), 제주특별자치도(14), 세종특별자치(8)의 순이었다.
그간의 지방공공기관 증감 추이를 보면 출연기관이 2018년 600개에서 2022년 750개로 약 150개 정도 늘어났다. 지방직영기업은 2개, 공사·공단은 8개, 출자기관은 6개 증가하여 출연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더 적다. 정리하면 지난 5년 동안 지방공공기관 가운데 출연기관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하여 출연기관 중심의 통폐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2021년 지방공기업 결산 및 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의 자산은 223조 3천억 원, 부채는 56조 3천억 원(부채비율 33.8%), 자본은 166조 9천억 원이다. 2020년 대비 2021년 자산은 13조 3천억 원, 부채는 1조 9천억 원, 자본은 11조 3천억 원 증가한 데 반해 부채비율은 1.1% 포인트 감소하였다. 부채중점관리기관의 부채비율은 2021년 현재 103.1%로서 전년도 106.3%에 비해 3.2% 포인트 감소했다. 부채중점관리기관은 총 29개인 가운데 도시개발공사(16), 기타 공사(9개), 도시철도공사(4개) 순으로 많았다. 한편 지방공공기관 가운데 부채 규모 1천억 원 또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29개(7.0%), 출자·출연기관은 118개(14.2%)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통폐합 계획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2년 9월 5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공기관의 혁신 계획 수립 지원을 목표로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혁신 가이드라인은 4대 분야, 7개의 세부과제로 분류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인 점을 고려해 방향과 기준을 설정하였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진단을 거쳐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구조개혁 분야이다. 세부 과제에는 지방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 조정, 민간과 경합하는 지방공기업의 사업 정비가 포함됐다. 기능조정과 사업 정비 기준은 행정안정부가 마련하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참조해 자율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둘째, 재무건전성 분야이다. 세부 과제에는 부채중점관리, 자산 건전화, 복리후생 점검·조정이 반영됐다. 특히 2013년부터 지방공기업에 적용된 부채 중점관리제도는 출자·출연기관에도 도입하기로 했으며, 부실 출자회사 지분과 불요불급한 자산은 정리하는 방향이 설정됐다.
셋째, 민간협력 분야이다.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자원의 개방과 공유 확대, 공공 구매제도 개선, 지역기업 ESG경영 지원, 해외협력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넷째, 관리체계 분야이다. 여기에는 지방공기업·출자·출연기업의 관리체계 개선안이 포함됐다.
혁신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과 기능조정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선두 주자는 민선 8기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재정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을 공언한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이어 서울·충남·강원·부산·경북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공공기관 통폐합과 기능조정안을 확정했다. 특히, 부산시의회는 2023년 1월 1일 ‘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조정을 위한 일괄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울산시와 대구시도 유사한 조례안을 추진했다.
지방공공기관 통폐합과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련된다. 지방공공기관의 경우 지방정부·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지방공공기관의 노와 사,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루된다. 또한 민간기업의 단체교섭과 달리 공공기관의 단체교섭도 형식적으로 해당 기관의 노사가 주도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부(중앙 또는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영향을 미치는 다면적 교섭의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지방공공기관의 사용자는 중첩되며, 경영자의 권한은 분산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은 지역의 실정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해관계자의 반발과 노사관계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은 것이 좋다.
하나는,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 결정을 위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출자·출연 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 타당성과 영향성을 심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에서 내실 있게 심의가 이뤄진다면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하여 지역주민의 수용성도 높을 것이며, 지방공공기관의 노사관계 역시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논의를 바탕으로 통폐합의 구체적인 절차를 추진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사가 통폐합을 수용하더라도, 그러한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이해관계를 첨예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노사는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활용해 통폐합 추진 절차를 논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2017년 5월에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2개의 지하철공사 간 통합의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은 서울시투자출연기관노사정협의회에서 통폐합 절차와 방법을 함께 논의하였다. 아울러 통합 이후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안정화 방안을 협의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 노사정 모두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쟁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점은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는 타 지방자치단체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