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지방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접하며 생활하고 있다. 상하수도 서비스를 통해 생활용수를 이용하고, 교통서비스를 이용해 출퇴근이나 통학을 하며, 몸이 아플 땐 지방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여가 활용과 체력증진을 위해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의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한다. 또한, 신용보증을 비롯한 지역 금융 서비스나 지역개발공사의 공공주택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지방공공기관은 지역 주민을 넘어 전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지난 3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했다. 각국의 정부들은 정부 주도의 확장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로 인해 공공부문은 확장되고 재정지출은 확대되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혼란한 국제 정세로 인한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22년 한해 4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여 금리를 4.5%까지 올렸고,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강소국들은 확장재정을 긴축재정으로 전환하면서 공공부문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위해 재정 기조를 ‘건전성 강화’로 전면 전환하여 그동안 과도하게 팽창한 공공부문은 효율화하고, 민간 규제는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 5년간 지방공공기관은 ’17년 1,088개에서 ’21년 1,244개로 156개가 늘었고, 지방공사 인건비는 5년간 5천억 원이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조 원 감소하여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또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부채비율은 각각 30%대, 60%대에서 관리되고 있으나, 부채 규모는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의 모두 5년간 4조 원씩 증가해 적극적인 부채관리를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지방출자·출연기관의 설립기준을 강화하고, 출자출연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지방공기업들의 민간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지방공공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관리체계 개편과 민간과의 혁신·성장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위기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부담이 되고 결국에는 지역주민과 국민에게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인 ‘혜안’에서 ‘지방공공기관’을 분석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혁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금 국민은 우리에게 바로 혁신을 바라고 있다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혁신의 현황과 ’23년 지방공공기관 혁신 추진 방향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구조개혁 등 4대 분야 ‘지방공공기관 혁신방향’을 시작으로, 9월 ‘혁신가이드라인’, 11월 ‘관리체계 개편’ 등을 발표하며 큰 틀에서 혁신의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지자체와 지방공공기관이 자체 진단을 거쳐 자율적으로 혁신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했다.
작년이 혁신의 방향을 제시한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성과 창출을 위한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공기관과 함께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효율적 지방공공기관 만들기를 계속할 예정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유사·중복기능을 조정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을 정비하는 등 구조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혁신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지원한다. 또한, 개혁과제 이행에 대한 점검과 평가,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와 우수사례 확산을 통해 성과 창출을 지원한다.
둘째, 좀 더 튼튼한 지방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해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부채중점관리기관 선정기준을 개편하여 부채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비핵심자산·부실회사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비하여 자산 건전화를 통한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셋째, 책임 있는 지방공공기관이 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공기업 타법인 출자 제도를 개선하여 관리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경영평가 체계를 개편하여 공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이뤄나갈 것이다. 출자·출연기관은 ‘출연기관 설립 표준모형’ 등을 마련해서 설립을 엄격히 관리하고, 경영평가, 출자·출연금 관리, 사업관리, 공시제도 개편 등을 통해 운영 전반에 걸쳐 지방공공기관에 준하는 책임성을 부여할 예정이다.
넷째, 민간부문과 함께 상생하는 지방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산·정보·기술을 민간과 공유하고, ESG경영을 지원함과 동시에 지방공공기관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혁신을 통해 행안부, 지자체, 지방공공기관이 함께 만들어갈 3년 후의 지방공공기관 모습을 숫자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유사기관 통폐합 등 구조개혁과 설립 검토 강화 등 관리체계 개편을 통해 지방공공기관 수를 현행 수준인 1,200여 개 범위에서 관리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여 지방공기업 부채비율을 30% 초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4대 혁신을 통해 효율성·생산성·건전성을 갖춘 지방공공기관은 2026년 주민에게 좀 더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문샷씽킹(moon shot thinking)’이란 말이 있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달 탐사선을 직접 발사(moonshot)하는 것이 더욱더 빨리 직접 달에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파괴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혁신의 방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양질의 지방공공서비스 제공에 있고 그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공기관이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든든한 지원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지자체는 구조개혁에, 지방공공기관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민간협력에 과감하고 파괴적인 혁신을 주도하고, 행안부는 관리체계 개편과 더불어 점검·평가,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을 지원할 예정이다. 모든 주체와 함께 계묘년, 혁신을 향한 ‘래빗 점프(Rabbit Jump)’를 기대한다.